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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24. 2023

버려지는 것들은 무죄

기회는 내가 만들자

월요일이 되면 스탠드 김치냉장고 서랍이 헐렁해진다. 주말에 쟁여놓았던 식재료를 어느 정도 소진하고, 과일까지 먹고 나면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바닥을 보인 냉장고 청소를 하는데...


아니 이럴 수가!


눈뜨고 못 봐주겠다. 유난을 떨며 국산도라지를 먹겠다고 농산물도매시장에서 흙이 잔뜩 묻어 있는 통도라지를 사 왔다. 힘들게 애써 까 놓았건만 벽돌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1킬로도 넘는 너무 많은 양이라서 일부는 왕소금을 넣고 박박 문질러 도라지 특유의 쓴맛을 빼주었다.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볶다가 간을 맞추어 통깨 솔솔 뿌려 맛있게 먹었더랬다. 나머지는 새콤 달콤 매콤 통도라지 무침을 해 먹으려고 남겨둔 것인데, 그 계획은 까맣게 저편 어딘가로 잊히고 저 모양새다.  


제철이 아니라서 다소 비싼 가지를 큰맘 먹고 사 왔는데, 어쩌자고 전혀 다른 끔찍한 색으로 변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집 앞 텃밭에 주렁주렁 달린 가지를 옷 앞지락에 쓱쓱 문지르고 먹었던 그 맛이 생각나서 산거였는데, 먹어보지도 못하고 버려야 하다니 누굴 탓하랴.


남편이 속이 출출하면 무리가 가지 않게 조금씩 먹으면 좋겠다고 마트에서 집어온 거였다. 그런 달콤 부드러운 카스텔라는 딱 한번 떼어먹고 냉장고로 들어간 후에 잊히고 말았다.  애석하게도 유통기한이 지나 그 생명을 다했다.


그뿐이랴, 그렇게 먹고 싶다고 좀 비싸도 인터넷으로 주문해 달라고 징징거리며 획득한 달콤 짭짤 아삭한 짭짤이토마토. 오래 먹으려고 칸칸이 키친타월을 깔고 다 먹을 때까지 상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보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뇌리에서 존재자체가 잊히고, 부끄러워 차마 사진 속에 지 못할 만큼 폭삭 명을 달리했다.


방금 사 왔을 때의 윤기 나는 그 때깔은 어디로 갔을까. 하물며 절대 맡고 싶지 않은 냄새까지 풍기며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가고야 말았다.


어느 날 어쩌다 다가온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 것과 같은 걸까? 그 쓰임에 기회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함에 따라 결국에는 그 기회마저 다시 오지 않아 절망에 빠지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자. 식재료는 또 사면되는 것처럼 기회는 내가 만들어 나가면 된다. 물론 시간과 비용이라는그만큼에 대가는 감당해야겠지만, 언제나 가득한 열정으로 당당하게 나에 앞날은 내 손으로 만들어 가기를 응원해 본다.


이 세상의 젊은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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