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May 07. 2023

미리 어버이날에

잘 계셔 주셨으면.

오월은 분주하다.

마음도 몸도 부산스럽다.

세월이 흐르니 멀티가 안된다.

엄마 49제를 모시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시어머니 면회 날짜를 미리 예약하는 일을 놓치고 말았다. 더구나 어버이날이 끼어 있어 어떤 일이 있어도 그날까지는 면회를 가야 하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요양원에 전화를 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어버이날을 그 많은 자식들 면회 없이 지나치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빨간 글씨 연휴는 마감되었지만, 다행히 이틀 후 작은엄마 기일이기도 한 5월 4일 오후 4시가 비어 있어 예약을 하고 한숨을 돌렸다.




작은엄마 저 왔어요


5월 4일 작은어머니(작은엄마라 부름) 기일, 작은아버지 기일은 다르지만 작년부터 한날 산소에서 간소하게 모시기로 했다. 4남매 중 둘째이신 작은아버지 슬하에는 자식이 없다. 그래서 둘째 시동생이 양자로 들어갔고, 둘째 동서가 뵌 적도 없는 두 분 제사음식을 준비해 왔다.


살아생전에 나는 두 분에 사랑을 듬뿍 받았다. 큰댁 맏며느리라고 귀히 여겨주시고, 항상 따뜻하고 친절한 웃음으로 나를 부지런한 며느리가 되게 하셨다. 두 분 생신날이 되면 작은 엄마께서는 항상 열무김치를 맛있게 담가 놓으셨다. 단출한 식기류들만 가지런한 부엌에서 근처 가게에서 사 온 식재료들로 미역국을 끓이고, 밑반찬과 요리 몇 가지를 만들어 상에 올리면 언제나 '허허허' 웃으시며 작은아버지께서는 아주 맛있게 드셨다.


하나뿐인 맏며느리인 나는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한 기간3~4년에 불과했다. 두 분 다 일찍 먼 곳으로 떠나셨다. 두 분이 떠나시던 날 내 설움에 운다지만 참 많이도 울었다. 어른이 되어서, 시집와서 처음 마주한 이별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파란 하늘에는 인자하신 두 분에 미소로 가득하다.


오늘 이렇게 두 분 산소 앞에서 술 한잔 올리고, 잠시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두 분 아직도 티격태격 다투고 계시려나.

그래봐야 늘 지는 쪽은 작은아버지셨는데.

작은 엄마가 담그신 열무김치 생각난다.

참 맛있었는데...

작은엄마 감사해요

그 사랑 늘 기억할게요.




요양원 면회


분 제사를 모시고 난 후 산소에 제멋대로 난 풀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5월에 태양 뜨겁게 내리쬐고 벌써 땀이 범벅이다. 다행히 지난겨울 제초제를 꼼꼼히 뿌려놓아서 빨리 끝이 났다. 시원한 냉면집을 찾았다. 얼음이 씹히는 시원함에 몸도 마음도 평정심을 찾는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어제 준비해 놓은 어머니 간식가방을 챙겼다. 이가 없으신 머니께서 드실 수 있게  맛있게 숙성이 된 골드키위도 썰어서 담고. 시골에서 가져온 달달한 식혜도 작은 병에 담았다. 물론 이곳저곳을 다니며 어렵게 구한 카네이션도 챙겼다. 몇 군데를 갔지만 모두 생화만 있고 가슴에 달아드릴 수 있는 조화로 만든 카네이션이 없었다. 조화는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께는 꼭 필요했다.


한 달에 한번 4인만이 면회가 가능한 요양원은 벌써 어버이날 면회객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정원에 있는 나무들은 푸르렇고, 초입에 놓여 있는 화분들은 예쁜 꽃으로 장식을 ,  플래카드까지 나부끼며 맞아주었다.


그동안 밀린 서류들에 인을 하고, 어머니께서 갑자기 식사량이 줄었다는 간호팀장님에 이야기를 들으며, 또 그 루틴이 반복되려나 걱정이 앞섰다. 요양원에 가신지 6년이 지나 잘 적응하고 계시지만, 3년 전부터 1년에 한두 차례 씩 병원에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밤새 안녕이라고 불안이 엄습해 온다.


신속항원검사를 마치자 저 멀리서 휠체어에 앉아 손을 흔드시며 우리를 반기신다. 오히려 지난달보다 컨디션은 최상이다. 손자, 손녀에 안부까지 물으시고, 돌아가며 동영상통화로 면회 오지 못한 식구들과 만나셨다. 온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좋아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어둡고도 슬픈 웃음비가 내린다


가슴에 카네이션도 달아드리고, 캘리그래피에서 만든 장미카드를 드렸더니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예쁜 꽃양말도 드리니 마음에 드시는지 예쁘다며 얼른 주머니에 넣으셨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은 30분, 와줘서 고맙다며 연신 손을 흔드시는 어머니, 이번만큼은 응급실에 다시 가시는 일 없이 지금 이 모습으로 머물러 주시기를요.


우리들이 왔다가 떠나고 나면 어머니 마음은 어떠할까. 치매가 있으시기에 그 생각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이 짠해온다. 오늘따라 총기가 좋아 보이셔서 더 마음이 아려왔다.


유난히 마음이 분주한 긴 하루였다. 아침부터 산소로 요양원으로 다녀왔더니, 며칠에 할 일을 하루에 다한 것처럼 고단함이 밀려온다. 23년에 미리 어버이날 여기서 마무리해 본다. 며칠 후엔 나에 어버이날도 맞이해 보련다.







작가의 이전글 버려지는 것들은 무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