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 날씨는 한여름도 아닌데 27도까지 올라간다는 소식이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날씨예보에 너무 무리가 가지 않고 적당한 장소들 중에 선택한 곳이 설악산 용소폭포, 주전골이다. 우리에 계획은 오색약수터 입구에 우리 차를 주차해 놓고, 아들차를 타고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까지 가서 주차를 한 뒤 주전골을 따라 산행을 하며 오색약수터까지 내려와서 다시 우리 차를 타고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까지 가서 아들차를 끌고 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을 하게 된 데에는 웃지 못할사연이 있다. 작년 7월 여름은 뜨거운 태양아래 푹푹 익어가고, 바닷가에는 피서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때 우리 가족도 며느리가 소속된 회사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당첨되는 행운으로 여름휴가를 이곳 양양으로 왔었다. 딸과 아들가족은 아이들 때문에 바다보다는 안전한 리조트 워터파크로 떠났고, 산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오늘처럼 용소폭포, 주전골을 찾았었다. 나는 산악회에서 몇 번 왔었기에 초행길은 아니었다.
나는 날이 더우니 오색약수터에서 조금만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발 담그고 놀다가 집에 가자 하였지만, 남편은 꾸역꾸역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까지 차를 끌고 올라갔다. 그럼 결국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반대의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문제로 옥신각신하는데 지나시던 두부부께서 우리 이야기를 들으시고. 당신들은 차 한 대를 오색약수터에 두고 왔으니 일단 우리 차를 여기에 두고 갔다가 남편만 당신들 차를 타고 올라와서 가져가시면 어떻겠느냐고 친절한 제안을 해주셨다. 우리야 거절할 이유가 없는 퍼팩트한 친절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산행에서 서로에 신상이 오가기 시작했다. 한분은 교회목사님 부부이시고, 역시 또 한분도 부대 교회에서 목사님으로 계시는 부부셨다. 생각지도 못한 감사함에 가져간 간식도 나누어 먹으며,더운 줄도 모르고 덕분에룰루랄라 오색약수터까지 신나게 잘 내려왔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음 얼마나 좋았을까. 오색약수터 입구에 사모님 두 분과 나를 두고 간 남편으로부터 황당한 전화가 걸려왔다. 목사님께서 주차해 놓고 간 자동차 앞에 왔는데 있어야 할 자동차키가 없다는 것이다.
........
그리고 잠시 후 지나가는 트럭운전사님에 인심 좋은 배려로 차로는 불과 5분 거리도 안되기에 화물칸에 타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운 여름날에 이거이 뭔 난리인가. 다행히 목사님께서 탐방지원센터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 안에 차키를 흘리셨기 망정이지 만약 산행길에 잃어버리셨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무사히 자동차를 끌고 온 남편과 그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드리고 헤어졌다. 트럭 화물칸에 타고 가시다가 날아간 모자 때문에 목사님 민머리가 드러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래서 오늘 우리에 계획은 지난날에 교훈으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바다가 보이는 뷰맛집에서우아하게 맛있는 점심도 먹었다. 물론 산행 내내 아들은 시원하고 너무 좋은데유치원에 보내놓고 온 우리 꼬맹이와 같이 오기에는 돌이 너무 많아 몇 년 후나 되어야겠다고 아쉬워했다. 1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도 적당하고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잎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상큼했다. 작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소리, 길 따라 쉬임 없이 흐르는 물소리와, 파란 하늘과 연초록이 어우러진 오늘에 산행도 훗날 멋진 여행으로 기억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