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숙도 구운 것도 아닌 인자 작가의 『삶은 도서관』

삶긴 뭘 삶아!

by 희야

책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삶은 도서관』. 브런치 작가 포도송이 님이 인자 작가라는 필명으로 2025년 11월 13일 교유당 출판사에서 초판 1쇄를 발행하고 이틀 만에 2쇄를 찍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화제작이다. 인자 작가는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며 광고 홍보인으로, 두 딸의 엄마로 치열한 일상을 살아왔다. 40 중반의 나이에 도서관 노동자가 되었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여 제9회 경기히든작가로 선정되며 에세이 작가로서의 새로운 삶과 마주하게 되었다. 손바닥보다 약간 큰 크기로 봄날의 복사꽃을 닮은 분홍빛의 책은 258페이지로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 정도로 매력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글에 푹 빠져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책이다.

나는 여기까지 쓰는 데도 몇 번이고 확인했다. 첫 번째는 누구의 무슨 책인지, 두 번째는 제목, 저자, 출판사, 출판연도, 페이지 수 등을 정확히 썼는지. 음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군. 제대로 된 서평을 써 보고자 책 서핑을 했더랬다. 그러다 찾은 것이 저자 나민애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를 주문했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참고하여 서평을 쓰기로 했다.

요즘 브런치에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쟁쟁한 작가님들의 출간 소식이 탱글탱글한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이어졌다. 혼자만의 힘으로 그 많은 책을 홍보하여 구매로 이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인정 많고 사랑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이 감동적인 서평으로 내 일처럼 지원사격에 나섰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나의 미천한 글솜씨로는 불가항력이다. 딱 한 번 나의 친애하는 소위 작가님의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를 앞뒤 가리지 않고 내 멋대로 미친 듯이 쓴 적은 있다. 형식이야 어찌 되든 간에 내 마음만 전하자. 그런 간절한 심정으로 썼기에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진작 책이라도 사서 읽고 제대로 쓸 것을.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난 이 책을 보며 성실하게 써 볼 요량이다. 뜬금없이 이런 모험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손자 윤이와 훈이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책이라도 잘 사주는 언니(내 맘대로)가 되고 싶은 마음에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주문했다. 시일이 지나고 예약한 도서가 내 손에 들어왔지만, 유난히 부산한 가을을 보내느라 책장을 늦게서야 펼칠 수 있었다. 옴마야, 이 책 진짜 정말 무진장 재밌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청소도 후다닥 대충 하고, 손자들 밥도 대충 차려주며 다 읽어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장의 '어느 인자(仁慈)한 밤에'를 덮으며 끝까지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책의 여운에 분홍빛 표지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5학년 윤이가 난데없이 "반숙도 구운 도서관도 아닌 삶은 도서관"이네요. 나는 그만 빵! 터져 멈출 수가 없었다. 나의 웃음소리에 방에서 나온 3학년 훈이는 한술 더 떠 "이건 도서관에서의 삶이라는 거지, 삶은 인생이라는 거지." 며칠이 멀다 하고 책 안 읽는다고 잔소리를 퍼붓곤 했는데 반성했다.

슬며시 반성 모드로 전환한 나는 브런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너희들의 말을 이 책의 작가님께 꼭 전해주겠노라고 약속해 버렸다. 그러했으니 달랑 그 말만 전할 수도 없고, 이 책의 서평을 간단하게나마 써야 했다. 도착한 서평 책을 뒤적이며 다시 세 번째의 과정으로 이어가 보려는데 남편의 그 한마디가 더 압권이었다. 퇴직한 지 10년도 더 지났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남편은 33년간 우리의 안위가 달린 대외비의 일을 하며 늘 피곤하고 예민했다. 더구나 그 일의 매뉴얼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내는 일도 했다. 그러니 어쩌다 책을 내밀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 그에게 이 책을 건넸다. 그의 반응은 '삶긴 뭘 삶아!'였다. 크아악~~~~

그랬다. 삶았다. 6년 동안 무진장 삶았다. 늦은 나이에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며 서가와 사서, 이용자, 가족, 친구, 이웃 등과 마주했던 순간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생동감 넘치도록 진하게 삶았다. 또한 이 책은 웃음의 서가 인생의 서가, 서가의 안쪽, 추억의 서가, 꿈의 서가 총 5부로 구성되어 각각의 에피소드를 실감 나게 삶아 독자의 가슴에 커다란 여운을 남긴다.


그중 '토하셔도 됩니다'는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재치 있게 풀어낸 글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멀미가 심하여 지금도 버스를 오래 타면 울렁거리곤 한다. 그런 토를 도서관에서만큼은 감정의 토로 연결 지으며 마음껏 하라고 부추긴다. 작가의 영민함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저자는 '바다를 건너온 한 권의 책'에서 작가를 꿈꾸게 된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스럽게 그려냈다. 중학생 때부터 기자가 되기 위해 시와 글을 쓰기 시작하고,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대표로 나간 백일장에서 '서울시 장원'이라는 쾌거를 이룬다. 그때의 심사 위원 중 한 분이 보내주신 엽서와 책 한 권. 그 계기로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되지만, 삶에 밀려 꿈도 책도 잊혔다. 하지만 에세이를 다시 쓰기 시작하며 국립중앙도서관의 '책바다 서비스'(전국의 도서관을 하나의 바다로 잇는 협력 시스템)를 이용하여 3주 후면 돌려줘야 하는 그 책을 다시 마주한다.


선생님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답례는 묵묵히 좋은 글을 쓰는 것. 나의 글을 통해 증명해 보이는 일일 것이다.
『바보네 가게』를 다시 읽는다. 책바다 서비스의 최대 대출 기간은 3주. 3주가 지나면 이 책은 다시 바다를 건너, 내가 알지 못하는 저 먼 서가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이 책을 품는 동안만이라도, 잊고 있던 마음을 다시 꺼내야겠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글 잘 쓸 후배"라는 그 말을 훈장처럼 다시 어깨에 장착해야겠다.-100쪽.


어린아이부터 치매가 있는 할머니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그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일들이 숨어 있었다. 코딱지를 파고, 혼자만 보고 싶어서 만화책을 몰래 숨기는 아이들. 도서관에서 청춘 멜로물을 찍으려는 학생, 매번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커피믹스를 책장 사이에 숨기는 중년 남성분, 약수터도 아닌데 도서관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가는 아주머니 등의 일화 등 요절복통할 일들이 그 안에서 벌어지곤 했다.

그뿐인가 흥신소도 아닌데 어제 읽은 책을 찾아내라는 어르신, 누군가 무심히 그려 놓은 낙서를 지우고, 낡은 책을 감쪽같이 수선하는 봉합의 달인이 있는가 하면 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 글을 모르는 할머니의 이야기에는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도서관에는 우리가 몰랐던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삶은 도서관』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의 안식처가 되고, 위로의 공간이며 도전하는 분들의 꿈들이 익어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대출 실적이 부족하여 보존서고로 내려가는 책들을 보며 사람의 생애를 떠올리는 섬세함과 데스크에 앉아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일, 미반납자를 독촉하고, 크고 작은 민원을 해결하며 작은 도시의 불빛 아래서 그 순간을 조용히 기록하겠다는 저자의 따스한 마음이 오롯이 담긴 한 권의 책이다.


이웃집 언니, 동생, 친구, 이모처럼 유쾌한 미소로 다정스럽게 들려주는 도서관에서의 이야기들. 가슴이 먹먹해지다가도 눈물이 찔끔 나도록 배를 잡고 웃기도 하는 이야기로 꽉 채워진 이 책을 나만 혼자 알고 있기에는 느무느무 아깝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힘들고 괴로웠던 일은 한 방에 날려버리고, 좀 더 웃으며 마무리하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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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겠다고 책까지 샀지만 결국에는 내 멋대로 썼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책은 죄가 없고 지금은 이것이 나의 최선이다. 약속은 괜히해서(키스는 괜히해서-드라마 제목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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