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죽음에 관하여와 영화 디스커버리를 보고
후회라는 감정은 늘 그렇다. 아무리 뒤돌아봐도 달라지는 것 하나 없지만 덜 좋은 선택을 했던 그 당시의 자신을 끊임없이 돌이켜본다. 후회도 사랑이나 행복처럼 곱씹을수록 불어난다. 놓쳤던 다른 대안들이 떠오르며 더 짙게 무르익는다.
나는 한때 과거의 잘못을 끝없이 반추하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를 회상하느라 새로이 다가오는 결정의 순간들까지 잘 맞아들이지 못하여 또다시 후회하는, 그런 악순환을 자주 겪었다. 그렇게 몇 번 크게 후회를 하고 나니 덜 후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나름의 규칙을 정할 수 있었다. 선택을 내리는 순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두세 번 던져본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는가?”
규칙을 정한 후로는 후회하는 순간들이 적어졌으니 성공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 규칙은 진짜 좋은 선택지 그 자체를 찾기 위함도 있지만,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태도를 가지기 위함도 있다.
이대열의 지능의 탄생에서 후회란 감정은 특정한 행동 후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를 통해 다른 선택이 더 좋았을 거라고 판단하는 일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1000원을 주고 구매한 사과가 옆 매장에서는 800원에 판매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후회하는 것처럼 말이다. 옆 매장이 더 저렴하다는 것과 같은 새 정보가 나타날 확률 자체를 줄이고, 현 상황에서는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확신하기 위한 질문이다. 이 질문을 거친 결과는 내 선택을 의심하며 추가적인 정보 수집을 덜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령 백만 원을 주고 스마트폰을 구매한 후 더 싸게 판매하는 곳이 있는지 검색해보는, 나를 깎아 먹는 바보 같은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 갈림길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일은 매일같이 다가오는데 그때마다 못 갔던 길들을 기웃거리며 후회하기엔 나의 시간이 아깝다. 내 선택을 믿고 선택한 이 길에서 더 좋은 곳을 가기 위한 다음 길은 어디인지를 고민하는 일이 즐겁다. 그러기 위해 선택할 당시에 최선을 다해 지도를 살피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신중한 걸음을 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