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우체통

by 박영희

삼랑진

5일장 난전 귀퉁이

늙은 우체통이 뒷짐을 지고 서서


온통 붉은

가을 장터를 더듬다가


환한 기운으로

햇살마저 밀어내는

사과더미에 눈이 멎었다


뜨거운 사연들 품고

덩달아

신열로 온몸이 붉었던

시절을 생각해 내고는

아랫도리를 내려다본다


빈 몸이다


침침한 눈을 비비며

뒷짐을 푸는 처진 어깨 위에

지나던 고추잠자리 한 마리

소식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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