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팥빙수를 먹는다

by 박영희

둥근 테이블에 마주 앉아

빙수 그릇을 빙글빙글 돌려 가며

너와 함께

팥빙수를 먹었다


빙수를 먹는 동안

가까워진 네 콧날이며 미간을

훔쳐보는 호사를 누리며


혼자서

팥빙수를 먹는다


수북이 쌓인 얼음산을

숟가락으로 걷어 먹으며

가장자리를 쿡쿡 쑤셔가며


혼자 먹은 빙수 그릇에

팥 앙금이 소복이 남았다


나를 잘 젓지 못해

너를 잘 젓지 못해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없었던

원망이 소복이 내 가슴에 남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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