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그 동안 소개팅에 또 체육선생과의 술자리에 정선으로의 여행에 부모님과의 만남 등등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다가, 오늘 퇴근길_ 드디어 혼자가 되었다.
공원에 앉아, 햇빛이 나무에 닿는 것들을 보는데... 찬란해보이는 그 순간 눈물이 나는 것이다. '이만하면 괜찮아졌다. 나 잘산다' 했는데... 아니었다. 나의 기본 정서는 슬픔이었다. 이건 어디 가거나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었는데... 내가 회피해왔다. 이런 저런 사건을 만들면서... 안보려고 도망을 다녔다.
그러다 혼자 있게 된 순간 몰아닥친 것이다. 나는 상실과 슬픔 그리움 소유욕 등이 한데 모인 감정들을 느끼는 수밖에 없었다. 즉, 울었단 말이다. 이제 좀 덜 우나 했더니 아니었다. 아직도 흘려야 할 눈물이 있다. 아마 계속 그럴 것 같다. 하긴 15년의 세월을 헤어진 지 1년도 안 된 채로 멀끔하게 정리할 순 없는 것이겠지.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닥치면 저 그리움과 슬픔이 한데 모인 멜랑꼴리함이 너무 아파서, 소개팅을 하고, 술을 마시고, 온갖 성욕을 불러일으켜서라도 없애려 한다. 그러고 싶다. 그러니 저 모든 사건과 흥분됨의 근저에 있는 감정은 상실과 그로 인한 슬픔이다.
오늘 아침 또 토하느라 숨을 못쉬는 꿈을 꿨는데, 이런 걸 보라는 뜻이었나? 내 감정? 그 근저에 있는 정서? 그리고 이것이 욕망하는 바? 그 너머는 무엇인지? 이것이 진짜 내 감정이긴 한 것인지? 슬픔을 왜 자꾸 없애야한다고 보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서? 그리워하는 나를 왜 자꾸 찌질하게 보는 것인지? 뭔가 넘어서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한다고 보는 것은 어디서 오는 생각이지?
아 물론 욕망하는 나도 나고, 우는 나도 나일 것이다. 왜 나는 자꾸 이 둘을 구분하고, 우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물론 욕망하는 나도 낯설긴 마찬가지이다)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보고, 발악을 하는 것일까? 이것은 누구의 시선일까? 그럼 내가 원하는 상태는 뭐지? 기계처럼 편안하게 일을 하는 상태? 어떤 정서에도 휘둘리지 않는 돌같은 상태? 그리움을 그리움대로 다 느끼는 것이 오히려 강한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저것뿐이지 않을까?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것? 아무리 발악해도 저런 멜랑꼴리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체화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그것이 나의 애도방식이지 않을까?
울거 다 울고나니, 지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여러 물음이 올라오고, 내가 타인의 시선에서(특히 엄마) 어떤 지점으로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게 된다. 물론, 명확한 답은 없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태만 있을 뿐이다.(이것도 괴롭다)
이렇게 감정과 지성을 모두 써가며 나는 오늘도 오체투지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저항한다. 아 힘들어ㅠㅠㅠ ㅜㅜㅜ 어디 회피할 곳 없이 온 몸과 마음으로 다 쓸어담으며 간다.
그래, 이게 내가 봐야하고 해야할 것이라면 해야지. 가자. 질질 끌려서라도 가야지. 가요. 그래요. 가봐요. 죽기야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