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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한커피 Aug 23. 2019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잔다고?

학교폭력에서 아이는 용서를 배운다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랑 싸워서 다쳤다. 일하고 있는데 담임샘한테 전화가 와서 인근 대학병원에 달려갔더니

응급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피가 너무 많이 나서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왔다고 했다.

X-ray를 찍었는데, CT를 다시 찍어야 할것 같다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들은 피가 묻은 교복을 입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담임샘은 아들이 다른반 친구와 급식실에서 다툼이 있었는데 상대편 친구가 울 아들의 얼굴을 때렸다고 했다.

안경을 쓰고 있던 아들은 코를 맞았는데 안경이 부려져 떨어지고, 코에서 계속 코피가 났다고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담임샘은 학교로 돌아갔다.

아들과 둘이 병원에 남겨졌다. 응급실은 바쁘게 돌아가고 여기저기 신음소리가 들렸지만 우리 둘은 잠깐동안 침묵했다.

 아이가 고3이고, 18년을 키웠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친구랑 다퉜다는 소리도 별로 듣지 못했고, 누군가와 치고받고 싸운적도, 때린적도 없다. 더구나 싸움을 하고 병원으로 실려온 상황이라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 괜찮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봤더니 담임샘의 말이 다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을 부르르 떨며 '분하다'고 했다. '아이들과 샘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자기도 한대 때려야 하는데 때리지 못해 열받는다'고 했다.

 그랬다. 아들은 얼마나 다쳤는지 보다는 친구들 앞에서 맞은 상황에 빡쳐 있었다. 먼저 선빵을 날리지 못했던 것도 억울한 일중 하나였다. 분이 풀리지 않는지 응급실 의자를 손과 발로 차기도 했다.

10대 청소년기의 아이들 사이에 먼저 때리고 맞고 반격하지 못한 일이 얼마나 큰일일지 알것도 같았다.

상대편 아이가 엄마와 함께 병원에 찾아왔다. 아이는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그 아이의 엄마는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말을 했다.                                              

                                                                                                                                                                         아들은 코뼈가 살짝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하기에 애매하고, 잘못하면 들창코가 될수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에는 두고 보는게 맞을것 같다고 했다. 삼주정도 두고 보자고 했다. 난 다행이라고 했지만 진짜 다행인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상대편 가해자 아이와 엄마가 끝까지 같이 있었다. 어떤 치료를 받던지 끝까지 책임지며 병원을 같이 다녀주겠다고, 다시한번 미안하다고 했다. 가해자 엄마가 병원비를 내주며, 안경과 저녁값이라며 봉투를 건넸다.              콧등에 상처가 난 것 외에 아들의 얼굴 오른쪽 아래에 턱부분에 길게 긁힌 상처가 있는데 이건 어떻게 생긴것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싸우고 주먹을 휘두르고, 말리는 아이들과 티격태격 하는 사이에 생긴 상처인것 같다. 여하튼 이 상처도 나중에 흉터가 생기지 않게 밴드를 잘 붙이고, 약을 잘 발라주라고 했다.                               아들의 화는 줄어들지 않고 더 커졌다. 내일부터 학교에 가야 하는데 친구들 앞에서 동급생한테 맞았다는 사실에, 자기는 가해자에게 때려서 상처입히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잠을 자지 못하고 억울해 했다. 학교 폭력에 신고를 하겠다고 하고, 용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약을 먹지도 바르지도 붙이는 것도 다 필요없다고 소릴쳤다.

  학교를 다녀와서도 줄곳 분노한 상태였다. 나와 남편이 '용서' '화해'라는 말을 꺼내기만 해도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 인지 담임샘도 걱정을 했다. 당장에 학폭위를 열어 처벌을 해야 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마 아이들도 주위에서 좀 부추기는 듯 했다. 코뼈가 부러졌는데도 아무조건 없이 합의를 해준 우리가 바보라고 했다. 니편, 내편을 가르고 보란듯이 복수를 해야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면서도, 마음을 알것같으면서도 가해 아이가 마음쓰였다. 사실 한창 사춘기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10대 남자아이인데 언제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의 싸움에서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우리 아들의 편이었지만, 또 혹시 입장바뀔까 완전 미워할수도 없는 일이었다.

 옛말에 맞은 사람은 발뻗고 자고, 때린 사람을 오그리고 잔다고 했지만 맞은 우리도 편하지 않았다. 아들의 분노는 커갔고, 돌발 상황이 발생할까. 아들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지를까 걱정이 되었다.

내가 아는 아들은 순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숨겨진 폭력성이 있었던 것인지 눈물이 났다. 가해자 부모가 찾아오고, 자주 문자를 보내 우리 아들을 걱정해줬는데 아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아들의 마음이 변했다. 그 아이가 원래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고 자나가듯 툭 내뱉었다. 학교에도 얘기를 했다며 다시는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마 시간이 며칠 흐르면서 혼자 스스로도 많이 생각 하는 시간을 가진 후 결정을 내린모양이었다.

 아들이 며칠만에 웃었다. 나도 웃었다. 이제서야 내가 아는 우리 아들로 돌아왔다. 마음이 놓였다. 내가 잘못키운건 아니라고, 잘 커준 아들이 기특했다. 용서, 화해를 실천해준 아들에게 고마워 기도를 했다.

 그리고 가해아이도 이젠 그런 실수 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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