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감상
제주에 와서 산 세월이 30년이다. 남동생이 제주에 와서 1년쯤 산 후 말과 억양이 제주말투가 빨리 된 것은 아마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업무 특성상 제주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았던 탓이었던 것 같다. 그때 부산에 살고 있었던 나는 가끔 동생과 통화를 할 때면 “왜 끝말을 흐리면서 이야기하는 거야?”라고 언짢음을 표현한 적이 있다. 누나완^^ 무사?!! ~핸.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왠지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내가 여기서 살고부터는 나도 그렇게 말하는 게 자연스러운 언어습관이 되었다.
제주에는 동생이 있어서 오게 되었고, 동생은 제주를 나가고 나는 여기 제주 사람이 되어서 제주가 좋은 이유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제주 바다이다.
제주 사람들의 생명과 애환이 바다는 품고 있고, 시시때때로 여러 가지 색으로 진노와 화해를 품고 토해내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면 더욱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인정이 있음을 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 바닷속에서 건진 소라를 한 망태기를 들고 와서 나눠주던 이웃이 있었다.
바다에서 건지는 각종 어류에 놀라워했고, 바다를 먹으며, 신기해하는 시간을 지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위들을 들춰내어서 보말을 잡던 기억은 이제 아득한 추억의 장을 넘기는 시간이다.
바닷속에 깃든 영혼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거기서 나오는 온갖 생명들을 우리에게 공급해 주는 해녀들의 수고로움도 이 나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일중의 하나이다.
제주 해안을 따라 펼쳐져 있는 신흥리 앞바다의 모래를 파고 조개를 잡던 추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여름에 소낙비를 맞으며 해수욕을 즐기는 일은 제주가 아니었으면 깨닫지 못한 즐거움의 하나이다.
비가 세차게 오는 주일 교회 문 앞에서 주차하고 내려서 예배당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서 극동방송을 들으며 바다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예배 대신 태풍으로 뒤집히는 바다를 보면서 자연의 위력 앞에선 내가 가진 세상의 모든 근심도 무색하게 만드는 것도 바다이다.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길게 말을 하면 숨이 차오르기 때문에 가장 간략한 말로 의사소통이 필요했을 거라는 말을 들은 후 내가 끝말을 흐리냐고 불편을 토로했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제는 바다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푸른 제주 바다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잔잔한 바다부터 거친 파도까지,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풍경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는 수면 위로 금빛 물결을 만들어내고, 일몰의 붉은빛은 바다를 황홀한 색으로 물들인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검은 화산암은 제주만의 독특한 매력을 더해준다. 김녕 바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놀라운 세계다. 바다에는 돌고래와 물고기들이 춤추고, 파도 소리는 끊임없이 자연의 곡을 연주한다.
제주 바다는 단순한 자연의 풍경을 넘어, 평화와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보이는 제주 바다의 넓은 품은 우리의 마음을 넓혀주고, 그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다.
제주 바다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