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숲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을 추억하며...

by grace영

삼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물자연휴양림은 더없이 좋은 여름 숲이다.

햇빛이 나무 사이로 엉겨들 때는 인생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한 줄기 빛만으로도 충만함을 채워줄 것 같은 환희가 절물에는 있다. 쉬지 않고 여름 숲을 걸으면 어느새 땀으로 옷을 다 적시지만 시시때때로 바람으로 그 땀을 씻어주는 곳도 절물에는 있다. 숲이 깊어질수록 세상살이에 고달픔은 어느새 흙의 감촉 속으로 사라지고, 뒤이어 오는 모든 걱정도 한 줌 바람에 날아가는 곳이 절물숲이다.

수술 후 많이 걸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야속할 정도로 나에게 걷기란 “걷기 전부터 마음이 힘들어지는” 요즈음이다. 걸을 수 있을 때는 나의 모든 움직임이 당연하고, 감사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누구나 걸을 수 있고, 숨 쉴 수 있고 아무런 의식이 필요하지 않은 일상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일상이 아님을 안다. 치유의 하나님은 더 이상 나의 삶을 방치하지 않으셨고, 내가 더 잘못되기 전에 치료하게 하신 기적이 내게는 척추 수술이었다. 나는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내 인생 가운데 들어와 그 나라 꿈꾸게 하는 하나님’, 수술 후 ‘맹인이 예수님의 침과 흙으로 치유받는 고통’이 내게 임했음을 묵상하게 되었다. 내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나날들이 모여서 병들게 하였지만 그런 나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은 하나님을 찬양한다.

나는 사는 것이나 죽는 것이나 매일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요즈음이 좋다.
다시금 그 아름답고, 시원한 절물자연휴양림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걸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 여름 절물휴양림 속의 장생이 숲길을 당당히 걸을 수 있는 날을 향해 오늘도 힘들지만 걷기 연습을 한다. 게으르게 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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