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평범한 가계부_5. 교육/양육비
통계청에서는 매년 초중고 사교육비를 조사합니다. 통계청에서 주기적으로 조사하는 항목이라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라는 의미입니다. 202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27.1조 원입니다. 단위가 너무 커서 감이 오지 않으니, 가계부에 알맞게 들여다 볼까요?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43.3만 원이라고 합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만 살펴보면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55.3만 원이에요. 여기서 방과후학교 비용과 EBS 교재 구입비는 제외되었습니다. 사교육 참여율이 78.5%인 것을 보니, 학원 다니지 않고도 스스로 갈 길 찾아가는 유니콘 같은 아이들이 21.5%나 되네요. 이 유니콘들은 제 아이는 아닌거죠. 유니콘의 부모님들, 부럽습니다.
사교육에 참여하게 되면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맞벌이일수록, 자녀수가 적을수록, 대도시에 살수록 월 평균 사교육비가 높아집니다. 월 평균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월 평균 사교육비를 67.1만 원 지출하여, 18.3만 원 지출하는 월 평균소득 300만 원 이하 가구의 2.6배가 넘는 사교육비를 지출합니다. 맞벌이 가구의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45.9만 원으로, 외벌이 가구의 평균 40.7만 원보다 12% 많이 지출합니다. 1인 자녀 가구는 사교육비로 월 평균 48.6만 원을 지출하는데, 이는 3명 이상 자녀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인 33.4만 원보다 45% 많은 수치입니다. 서울에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74.1만 원으로, 읍면지역에서 사교육받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 41.3만 원보다 79% 높습니다.
이렇게까지 자세히 살펴본 것은 사교육비가 저에게도 큰 지출항목이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나라 중위소득 이상은 벌고 있는 맞벌이 가구에, 아이는 한 명이고, 서울에 살고 있거든요.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지면 통계상으로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 규모 상위 어딘가에 분포해 있을 겁니다. 매월 소득의 10% 가량을 아이 사교육비(학원비)로 쓰고 있어요. 특히 저축을 제외한 소비지출 금액 중에서는 20% 넘는 비율을 차지합니다.
더불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돌봄비도 필수입니다. 아이를 아침 7시부터 밤 7시까지 어린이집에 둘 수 없어서, 1시면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엄마아빠 퇴근하는 7시까지 혼자 있으라고 할 수 없어서 조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모님을 구합니다. 조부모님 오시면 차비라도 드려야 하고, 이모님은 왠만한 직장인 급여 저리가라 할 정도로 셉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어 돌봄을 졸업할 때가 되면 학원비가 높아집니다. 집에서 혼자 놀면 뭐합니까, 본격적으로 공부 시작할 때가 되었으니 인강이라도 듣거나 학원이라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여기저기에 카드를 내지릅니다.
기본 생활비도 높아집니다. 우선 식비가 상승하더라고요. 배우자와 둘이 살 때는 호주산 소고기와 그 날 세일하는 우유를 사고 야채와 과일은 주말에만 샀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이유식용 고기는 한우 안심으로, 우유와 계란은 무항생제로, 유기농 과일과 야채는 상시구비 품목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이제 수입 소고기 먹어도 괜찮다며 품질은 다운그레이드되지만, 성장기에 들어서니 절대적인 양이 많아집니다. 식비는 계속 많이 들어갑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추가되는 비용이 또 있지요. 어른 둘이라면 출퇴근 가능한 어느 동네에서나 살아도 되지만 아이 키우려면 아무래도 육아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곳, 학교 가까운 곳,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학원가가 작게라도 만들어져 있는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거비용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집이 더우면 저는 땀 흘리고 있다가 샤워하면 되지만, 아이는 열이 많으니 여름 내내 에어컨 빵빵하게 틉니다. 집이 추워도 저는 옷 한두 벌 더 껴입으면 되지만 아이는 활동하기에 불편하니 얇은 내복 입히고 겨울 내내 난방도 빵빵하게 땝니다. 관리비도 높아져요.
병원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기 때는 왜이리 자주 아픈지요. 어린이집 다닐 때 한 달에 한 번은 병원과 약국 다녔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보내면서 소아청소년과는 졸업하나 싶더니 성장 측면에서 주기적으로 검진할 일이 늘어나더라고요. 성장기에 시력이 나빠지기 쉽다고 하니 안과 검진, 유치에서 영구치로 갈면서 치과 검진은 필수입니다. 남자 아이들은 종종 정형외과도 가고요. 요즘에는 외모도 경쟁력이다 보니 아이 키가 작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에는 성장병원도 가게 됩니다. 그래서 '드림렌즈, 교정, 성장주사'의 3대 등골 브레이커가 탄생하는 것이죠. 이 중 하나만 걸려도 백만 원 단위는 쉽게 나갑니다.
가끔 집안 어르신들이 요즘 젊은이들이 아이 안 낳아서 큰일이라고 말씀하시면, 저는 젊은 친구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이해는 된다고 말씀 드립니다. 단순히 생각해도 아이 한 명이 생기면 생활비가 눈에 보이는 것만 두 배는 더 들게 생겼으니까요. 둘이 살아도 숨만 쉬고 살아도 비용이 만만치 않고 평소에 아끼고 아껴 일년에 한 두번 여행 가는 게 낙인데, 어떻게 아이까지 낳고 살겠어요.
그렇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돈은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어렵지만 부모가 굳게 마음 먹으면 돈은 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집은 9시에 시작하는데 저와 배우자는 아침에 일찍 출근하니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만 보고 다녔습니다. 저녁 6시에 칼퇴근해도 집에 돌아오면 7시, 저녁 먹고 조금 놀거나 공부하고 샤워하면 잘 시간이에요. 주중에 제가 아이를 보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두세 시간 뿐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저학년인 아이는 점심 먹고도 한시면 끝나는데, 부모인 저와 배우자는 일찍 와도 저녁 일곱시고, 야근도 회식도 자주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는 학교 끝나고 학원을 뱅뱅 돕니다.
아이가 저학년일 때 좋은 기회가 생겨 아이와 잠시 외국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의 생활은 달랐습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는 초등학생이 제일 늦게 등교했는데, 초등학생의 등교시간이 부모의 출근시간과 비슷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준비시켜 학교에 보내고 출근할 수 있더라고요. 혼자 집에 있을 수 없는 초등학생이 역시 제일 늦게, 4시 즈음 집에 옵니다. 야근과 회식도 거의 없는 정시 퇴근 문화인데다가 점심시간을 줄이고 일할 수 있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을 경우 이에 맞춰서 퇴근할 수 있습니다. 정시에만 퇴근해도 아이와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공부도 봐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도 일찍 출근할 때와 늦게 퇴근할 때가 있습니다만, 기본생활이 아침과 저녁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더라고요.
저는 그 곳에서 아이와 평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제 아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새로이 배우는 것은 좋아하지만 연습하는 것은 지루해하는 것,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밖에서 긴장하고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집에서는 편안하게 있고 싶어하는 것, 그래서 학교 갔다가 바로 학원가기 힘들어하는 것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잘 모를 것들을 말이에요.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알아가는데 필요한 시간에 저는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아이를 이모님에게, 조부모님에게, 학원에 맡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정 수준의 사교육비와 양육비는 아깝지 않게 지출할 수 있습니다. 아까운 것은 아이와 함께 보내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시간이고, 그 시간을 메꾸기 위해 추가로 지출하는 비용입니다. 부모의 근무시간과 야근과 회식은 줄이고 아이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늘려서 부모와 아이의 생활 패턴을 비슷하게 만들어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부모는 이모님 비용이나 학원비 부담이 적어지고, 아이는 밤늦게까지 학교 돌봄에 남아있지 않아도 되며 학원 뺑뺑이도 덜 할 수 있을 겁니다. 간밤에 잘 잤는지 아침에 얼굴보고 인사하고 학교에서 오는 아이를 부모가 맞아주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저녁에 마주 앉아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시무시하다는 아이 사춘기나 부모 갱년기의 문제들도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요? 제 아이가 커서 부모가 될 때 쯤에는 가족의 시간을 돈으로 메꿀 필요가 없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