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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Jun 09. 2021

북한, "대학시절 나의 연애 이야기"(1)

북한 - 캠퍼스커플




큰길 건너오는 남자와 무심결에 눈이 딱 마주쳤다. 아파트 2층의 우리 집 창가 옆 벽에 걸려있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혼자 웃고 치장하고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그 남자는 어쩌다 아파트 2층을 올려다보게 되었을까.

설렘이 가득한 나의 이 표정이 자기한테 보내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처음으로 마주친 남자와의 눈빛교환~ 캬~`뭐라 표현할 수 없는 달콤함이 온 몸을 감쌌다.

오호~~ 느낌 좋은데.  혹시 이것이 운명일까. 갑자기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의학대학 합격증 받고 처음으로 등교하는 날이다. 학급이 편성될 것이고 처음으로 동기들도 만나게 되겠지. 남, 여의 비율은 어느 정도 일까. 남성 비율이 여성비율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다. 등등 여러 생각 들을 하며 대학교 입학시험 치르고 합격통지서를 받은 후 처음으로 대학교 갔다. 두둥~~ 

그리고 나는 많은 신입생들 속에서 학교에 오기 바로 전에 창문을 통하여 눈길을 마주쳤던 그 남학생을 보게 되었고 우리는 같은 고려 의학부 학생이었다. 드라마틱한 우리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국에서의 "캠퍼스 커플"과 같은 북한에서의 "캠퍼스 커플" 이 된 것이다.


북한에는 '캠퍼스 커풀'이라는 표현이 없다.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다보니 오래어로 된 문장이나 문구도 거의 없다. 한국식 표현으로 사귀는 남여에 대해서는 "누구랑 누구랑 좋아한대, 좋아하는 사이래'라는 표현이 전부다. 물론 사랑이라는 표현도 없다. 사귀는 남여사이에도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커플이 되기까지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이 존재하지만,

읽으시는 분들이 진짜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패스할까 생각도 했다. 

한국에 와서 가끔 이야기  중 "에이, 설마" 하거나 "진짜? 정말 그렇다고?" 하는, 어쩌면 지어내는 것 아니냐 하는 질문들과 표정들을 접할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무함과 심한 짜증이 밀려올 때도 있었던 터이다.


의학대학 입학 후 내가 정말 마음을 열고 싶었던 친구는 따로 있었다. 편의상 친구 A라고 하자.

공부는 별로 잘하지 못했지만 툭툭 던지는 말투와 무심한 듯한 표정들, 조금은 깐죽거리는 듯한 표현들도 관심으로 느껴지던 약간은 나쁜 남자 스타일을 가진 친구였다.  나는 늘 그 친구의 목소리가 나는 곳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한테 직접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목소리만으로도 설레고 좋았다.그 친구도 나한테 관심이 있는 눈치여서 학기가 시작된 처음 얼마 동안 우리는 약간 '썸 타는 분위기'로 보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도 쉬면서 공부하자며 밖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ㅎ


우리 과에는 잘 생긴 데다가 공부도 잘하고 거기에 말까지 조리 있게 잘해서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친구도 있었다. 바로 친구 B다.  워낙 아는 것이 많은 친구라 이 친구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머릿속에 환해지고 뇌 세포들 하나하나가 그 친구가 이야기해주는 지식으로 정리되어 깔끔하게 줄을 서있는 느낌을 받는다. 


늘 깔끔했고 정돈되어 있었던, 당시 북한의 분위기로는 표준적인 남성형이었다.

정식으로 사귀자는 말은 서로 없었으나  수업 마치면 뭘 하냐, 숙제는 했냐. 과제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려고 하냐 등 관심 두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을 물어오는 등 나는 그가 나한테 범평한 마음은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뭘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세 번째 친구인 친구 C가 바로 첫 등교일에 사거리에서 눈길 마주쳤던 친구이다. 키가 크고 잘 생김은 있었지만 늘 실실거리고 여자들과도 아무 이야기나 거리낌 없이 한다. 얼핏 보기에도 스마트해 보이지 않았지만 실지 공부를 잘하지도 않아서 어떻게 의학대학에 왔을까 하고 잠깐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한테 매우 적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업 마치면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던가 은근슬쩍 나의 동선에 대해 귀를 기울인다든가 하는 기척을 눈치껏 느끼게 되었다.  안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군 한다.

하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그는 그냥 편한 친구일 뿐이었다.







이렇게 첫 학기 첫 한 달이 지나가면서 어느 날 친구 C가 매우 적극적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나는 당황스러웠고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러는 사이에 친구 A와 친구 B와는 점점 멀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후에 안 일이기는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친구 A, B, C는 서로가 자신들의 공통의 관심사가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친구들이 서로 누가 양보할 것인가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얘기들을 했었고 결국 그 세 친구의 싸움? 결투? (ㅎㅎㅎ)에서  친구 C가 이긴 것이다. 

친구 C가 친구 A와 친구B를  설득하면서 자기들끼리가 인정한  공식적인 '나의 남자'가 된 것이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정말 황당했고 짜증 났다. 내가 물건이냐, 니들이 뭔데 나도 모르게 나를 놓고 이렇게 저렇게 저울질하고 가늠했느냐 하는 생각에 자존심이 매우 상해서 친구 C에게 엄청 화를 냈다.
글쎄, 기뻐해야 할 일일지 모르겟지만 솔직히 전혀 기쁘거나 행복하지 않았고 황당했고 어처구니가 없었고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당시 나의 심정대로라면 깡패같다는 생각을 했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나에게 접근한 이런 '불량하고 막돼먹은 인간'에게 도저히 마음을 줄 수 없었다.


친구 C는 밤, 낮으로 우리 아파트 현관 앞에 서있었고 도서관에서 늦게 올 때도 늘 뒤에서 따라왔고 내가 곁을 주지 않아도 늘 내 곁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언제부터인가 친구 A와 B도 친구 C를 밀어주면서 서로 함께 마음을 모아주는 분위기였다.

친구들이었던 A, B, C는 이후 학교에서 소문난 정말 찐 친구가 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친구 C와 나의 연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대학 입학 후 한 달,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요란스럽게 한 남자에 찍힌 나의 대학생활은 

전교에 소문난 공식 "캠퍼스 커플"로 시작되었다.


다시 돌이켜 봐도 정말 영화 같았던 나의 연애사~
많은 고민끝에 시작합니다. ㅎㅎ




Image by Free-Photo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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