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로운 콩새 Aug 23. 2021

진짜 영화 같은이야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어나더라도 가까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긴가민가 한  경우를 의미하죠.
듣는 순간 저도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아주 묘한 표정으로 귀가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난감한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아들이 대한민국에 정착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군 복무였습니다. 그것도 해병대요.
그 이유가 참 황당했습니다. 당시 제가 듣기에는요.

군 복무하고 싶은 첫 번째 이유는:

한국군인들이 북한 군인들보다 군기가 없고 해이해 보인다는 것이 이었어요. 군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본보기를 보이고 싶다나 뭐라나~~ 하는 철없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ㅎㅎ


군 복무를 하고 싶은 두 번째 이유는:

북한에 있을 때 사귀던 (고등학교 시절) 여자 친구가 군에 입대했는데 그 친구를 보고 싶다는 겁니다. 자기도 군에 입대하면 혹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막연한 바람이랄 가요? 미련 같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저는 말도 안 되는 이유라고, 어떻게 여자 친구와 서로 총구를 맞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냐고 나무랐었죠.

뭐 이래저래 다 없던 일로 되어 버렸고 이제 쾌 많은 시간이 흐른 상태였습니다.

진짜 영화 같은 이야기를 주제로 하면서 이런 맥락 없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아들이 군대에 가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인 아들의 이전 여자 친구 때문입니다.





아들이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대학에 갔다는 말씀은 이미 드렸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을 다녔는데 한국의 학생들이 많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이 공부하던 대안학교에서는 새터민 청소년들을 가끔 아들에게 보내어 대학 견학 같은 걸 진행하고 과외 같은 걸 하기도 했나 봅니다.

어느 날 대안학교에서 새로 온 새터민 학생을 보낸다고 연락이 와서 대학 근처 카페에서 만났는데요.

아이고야..

이 새터민 학생이 아들이 사귀던 여자 친구였던 것입니다.

그 여학생은 이름을 보고 아들인 걸 알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전혀 무방비 상태에 있다가 깜짝 놀란 거죠.


북한에서 그 여학생의 군입대를 계기로 헤어졌는데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서울 한복판에서 둘이 만났으니 얼마나 놀랐을까요.


아들에게 어떤 감정인지 물었습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너무 놀라서 다른 감정을 느낄 사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으니 지금의 묘한 표정도 감정 정리가 안된 얼떨떨한 상태인 거죠.


흔하지는 않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죠.

그래도 정말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가 있다면 충분히 소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새터민 3만 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인연들이 이곳에서 이루어 지죠.

저도 내과 의사 할 때의 병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소아과 선생님을 한국에 와서 만났거든요. ㅎㅎ


짧은 에피소드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희망을 그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