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대학 입학

by 자유로운 콩새

아들아.

규정된 틀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란다.


20살에 한국에 온 아들이 7개월 동한 열심히 놀다가 드디어 대학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지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지난 이야기는 요기에.


아들아, 너의 20대는 놀아도 된단다..



1. 입시를 위하여 학원의 문을 두드리다.


대학 입학을 위하여 학원 공부를 하고 싶다는 아들과 함께 비교적 알려져 있는 몇 개의 학원으로 상담받으러 다녔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에 와서 부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엄마들이 자녀의 진로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고 하는 등 자녀에 헌신(?)하는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이 별것 아닌 행위도 그동안 저한테는 정말 해보고 싶었던 행위 중의 하나였답니다. 그러던 제가 결국 아들과 함께 드디어 학원 문을 두드리게 된 거죠.


사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아들이 한국의 고등학교 고3 과정을 일년이라도 다시 다니면서 한국 교육에 대한 감각을 익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야 아들이 원하는 법대로 입학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아들은 원치 않았고 그렇게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결국은 사설학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 거죠. 학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굉장히 낯설고 조금은 위축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열심히 설명을 들었으나 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 명백한 것은 과목당 비용이 엄청 높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과목을 수강할지에 따라, 또는 과목당 한 주일에 몇 시간을 수강할 지에 따라 또 다르더라고요.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의 상처가 되었고, 숨이 막혔던 것은 우리를 대하는 학원 선생님들의 태도였습니다. 어느 대학을 가려고 하냐는 질문에 법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법대요? 검사, 판사의 법대요?" 눈이 둥그렇게 커지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한국에서도 법대는 쉽게 갈 수 있는 학과가 아닌데 새터민이라는 것,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했다는 것으로 하여 법학을 공부하려는 아들의 목표는 이루기 쉽지 않을 거라는 조언입니다. 물론 충분이 이해되었고 당연히 맞는 말이기도 했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더군요.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정도의 감히? 하는 의아한 표정과 말투...ㅠㅠㅠ ㅎㅎㅎ

그렇게 몇 개의 학원을 빠져나오고 나서 아들과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고 묵묵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당시 우리 두 사람의 감정은 똑같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저는 혹시 아들이 마음 상하지 않았을까, 의기소침하지 않았을까 마음이 많이 쓰였거든요.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더니 아들이 말하더군요.


" 엄마, 그냥 대안학교 다닐게요."

"안돼, 대안학교 공부로는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가기 쉽지 않을걸, 어차피 공부하기로 결심했으니 학원 좀 다녀보면 어때, 그러다가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때 대안학교 다녀도 되지 않을까?"

"아니요, 그냥 대안학교에서 한번 해볼게요."


단호한 어투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비장함. ㅎ

학원 그냥 다녀보면 어떠냐고 약간의 설득 투로 아들에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저도 기분이 많이 상했었거든요. 한국에 먼저 들어와서 살았으니 한국의 실정을 모르는바 아니었지만 좀 슬펐어요.

아들은 그렇게 대안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무얼 어떻게 공부하는지 저는 알 수 없지만 매일 열심히 다니더군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습니다. 물어도 제가 알 수 없고, 그 방법이 설사 부족 해도 저로서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아들의 판단과 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었답니다.


힘들어하면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가방 메고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오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무한 반복되는 일상에서 채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 아들의 20대를 바라보는 엄마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답니다.


너의 20대는 놀아도 된다고 호기 있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탱자탱자 놀면서 뽀대 나고 근사한 인생을 산다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다고 공부만 한다고 원하는 미래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기에 애쓰는 아들을 바라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가 억수로 오는 어느 날, 아들에게 말했죠.

"이런 날은 하루쯤 학원 가지 않아도 돼, 그냥 마음 놓고 하루 좀 쉬어, 네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해줄수 있는것도 없고 너무 미안해, 대신 학원갈 수도 없고 공부를 대신해 줄 수도 없고 너무 속상하고 답답해. "


그러면서 가슴에 꼭 안아주었습니다. "엄마의 최선은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좀 쉬며 하자, 오늘은 비도 오는데 그냥 다 잊고 집에서 쉬어...."


그렇게 저도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고 맛있는 거라도 해먹이려고 부지런히 퇴근했더니 아들은 혼자 일어나서 학원으로 갔더라고요. 하루쯤 쉬라고 했던 말도 진심이었지만, 의지를 가지고 이겨내는 아들의 모습 또한 너무 대견했고 기특했고 고마웠답니다.




2. 학원 공부만 한다고 갈 수 있는 대학 입학이 아니죠, 한국은



그렇죠?

한국의 대학 입학이 북한과 다른 점은 각 대학들의 입학전형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시험은 물론 자기소개서, 면접, 논술 등 가려고 하는 대학에 맞춰서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이 없는 엄마와 아들은 또다시 막연합니다.


올해는 꼭 원서를 써야 하는 그 어느 해, 어느 날 아들은 39의 고열로 몸살을 앓게 됩니다.

저녁에 약을 준비해가지고 퇴근했더니 모임에 가야 한다고 서두르고 있더라고요.

고열이 이렇게 심한데 웬 모임이냐고,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꼭 가야 한다고 하데요.


제가 지난 포스팅에서 아들이 한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해외로 봉사 다녀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봉사단 해단식이 그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온몸이 불덩이 같은데 해단식 정도는 가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꼭 만나야 할 여학생이 있는데 오늘 가야 만날 수 있다고요. 봉사 함께 다녀왔던 여학생인데 오늘 해단식 하면 그 여학생을 언제 다시 할지 모르기 때문에 몸이 힘들어도 꼭 가야 한다고 하데요.


후에 물어보니 해외 봉사기간 중 그 친구와 말이 잘 통했었나 봅니다. 나중에 대학에 가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그 친구에게 이러저러한 정보를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네요. 그런데 오늘이 해단식이라 봉사단이 해산되면 다시 만나기 쉽지 않아서 아픈 몸을 끌고 기어이 가겠다고 했던 거죠.

결국 그 여대생한테서 대학입시 컨설팅을 받고 싶었던 거죠.


이후 그 여학생의 도움으로 원서는 어떻게 쓰고 면접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한국의 대학생활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부분을 배우면서 대학 입학 준비를 했고 결국 자기가 원하는 전공인 법학을 공부하는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대한학교 공부 2년을 법대입학까지.

힘든 과정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힘듦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하기 위해, 자고 있을 때도, 깨어있을 때도 늘 안아주면서 대신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말하군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대한 학교 가기 싫은 날은 안 가도 돼. 하루, 이틀쯤 가지 않는다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에 쉼을 주면서 가는 것도 중요하단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여 원하는 전공의 대학 공부를 시작한 아들이 고맙고 기특합니다.


대학에 입학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닐진대, 한국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살아남아야 하는 아들의 대학생활 또한 아들이 꼭 이겨내야 할 사회생활의 첫걸음인 거죠.


흠~~ 법대 가서 학업은 잘 따라갔냐고요? ㅎㅎ

음~~ 진짜 궁금하시죠? 저도 정말 궁금했답니다.


다음회까지 기다려 주시면 이어서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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