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법, 교육내용도 다르고 학교생활과 사회문화적인 습관도 다른 남과 북입니다.
20년 동안 북한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온 아들, 어쩌다 보니 한국의 20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한국에 온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아들이 문득 봉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 " 왜 갑자기?"
아들 : " 다른 사람들이(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엄마 : " 오, 그래? 그 이유 때문에?"
아들 : 침묵........
엄마 : "하지 마, 안 해도 돼"
아들 : "?????...."
아마도 제가 멋있는 생각이라고 칭찬해 줄 것이라 생각했었나 봐요.~ ㅎ
그런데... 제가 봉사하지 말라고 하니까 좀 놀라는 눈치였어요.
봉사는 다른 누가 하는 것이 근사해 보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누구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하는 거라고
그냥 근사해 보이고 싶어서 하려고 한다면 봉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상대편이 원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상대편한테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깊이 생각해 보고 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만 하면서 하는 봉사는 오히려 상대방을(봉사를 받는 당사자) 힘들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형식적인 것, 보여주기 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
우리도 받을 때 느꼈잖아.
봉사, 아직은 아닌 것 같아,
좀 더 시간 지나면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게 저는 봉사하겠다는 아들의 마음? 의지를 꺾어버렸고(아들, 호응해주지 못해 미안해) 아들도
더 이상 말이 없었습니다. 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했어요.
봉사한다는 아들의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의기를 꺾어놓고 꽤 시간이 지난 어느 아침. 바쁜 출근시간
뮨득 아들이 묻습니다.
아들 : 요즘 무슨 책 읽어요?
엄마 : 응, 이 책 읽고 있어, "현대의학의 위기"
아들 : 이 책도 한번 읽어 보실래요?
그러면서 작은 책자 한 권을 제 침대 위에 올려놓습니다.
스치듯 보니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하는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 하고 대답하면서 두꺼운 책도 아니기에 바로들고 출근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읽기 시작했는데.. 금방 빠져들었고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간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케이티 데이비스라고 하는 미국 소녀입니다. 다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가 방학을 이용해 우간다에 봉사활동을 갑니다. 잠간 다녀오려고 갔었는데 결국 돌아오지 않고 14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주변의 몇백명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진정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소녀입니다. 16살에 갔던 소녀가 20살을 넘기게 된 것이지요.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하는 책 제목은 케이티가 돌보고 있는 우간다의 아이들이 케이티를 향해 하는 물음입니다.
점심시간에 잠깐 읽어 보자고 시작했던 책을 단숨에, 깊이 빠져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읽었답니다.
며칠 후 아들이 다시 얘기하네요.
아들 : 책 읽었어?
엄마 : 응
아들 : 느낌은?
엄마 : 엄청 감동적이었어
아들 : 그래? 그럼 봉사할 수 있게 해 줘. 해외 나갈 데 있으면 알아봐 줘.
아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고 더는 안된다는 말도 의미 없을 것 같아 한국의 대학생들이 하는 어떤 봉사단체를 따라 보름 동안 필리핀으로 해외봉사 다녀왔습니다. 보름이라는 그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겠죠. 진심을 다해 봉사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그것도 북한에서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학생도 아니면서 대학생들과 함께 다녀왔으니 저는 참 무엇을 어떻게 하고 왔는지 궁금했답니다.
돌아온 후 제가 물었습니다. 다녀온 느낌 어때?
두 가지가 있다네요.
첫 번째는 북한보다 훨씬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
두 번째는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선배는 있지만 어른은 없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답변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되물었더니 말 그대로라고 합니다. "한국의 20대에게는 어른보다 선배가 더 어려운(진짜로는 좀 더 무서운) 존재로 인지되고 있는것 같다고요"
" 보름 동안 대학생들과 쫓아다니면서 느낀 느낌을 실례로 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 식사 때 사감 선생님을 비롯하여 어른들이 밥상에 앉기 전에 학생들이 먼저 밥상에 앉아 숟가락을 들더라는 것,
~ 그리고 맛있는 반찬도 어른이 손대기 전에 먼저 먹어버리더라는 이야기,
~ 선배한테는 깍듯이 인사하고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예의를 갖추는 듯한 모습이었다는 이야기..
하... 물론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모든 상황이 평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젊은이들이 훨씬 많을 거라는 생각입니다만,
당시의 아들의 눈에는 그런 모습들이 보였었나 봅니다. 하. 하. 하
대학생도 아니면서 대학생 형님, 누나들과 봉사 다녀와서 생각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이후 아들은 대학에 들어갔고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대학 입학을 축하하면서 어떤 분이 물었습니다.
북한에서 20대로 살았고, 한국에 와서도 20대로 살고 있는데..
한국의 20대와 북한의 20대의 장,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냐고요.
장점은 : 정보가 많아서 언제든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많은 정보의 도움으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변하더군요.
단점은 : 그것도 정보가 많은 것이라는 답변 하네요. 정보가 너무 많아 어떤 정보가 정말로 정확하고 진짜로 도움되는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때는 장점이 되는 거고, 또 어떤 때는 그것이 단점이 되기도 하다는 거죠.
단순하고 정형화된 북한 사회에서 20대로 살다가 다양하고 열려있는 한국사회에서 20대로 사는 것이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있나 봅니다.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고 성장해 가는 것이겠지요.
그때로부터 다시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지금은 좀 더 어른이 되어있고 생각도 많이 달라졌겠지요. 같은 질문을 다시 하지 않았지만 생각난 김에 언젠가 다시 한번 얘기 나눠봐야 할 것 같아요.
갑자기 아들의 느낌에 변화가 생겼을지, 변화가 생겼다면 어떤 변화일지 저도 조금은 궁금합니다.
아들의 한국정착 초기에 적응하면서 겪었던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