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의 세 번째 추천 글은
전) 서울문화재단 대표, 한국 영상자료원 원장이셨던 작가 조선희 님께서 써주셨습니다.
조선희 작가님께서 씨네 21 편집장 하실 때 처음으로 만나 인연을 맺었고 자신의 집에 초대해 직접 요리해서 밥상을 차려주셨던 대한민국의 첫 번째 지인이셨습니다.
이후 자주 만나서 한국사회에 대한 많은 조언과 가르침을 받기도 했었죠.
아주 오래전 조선희 작가님께서 쓰셨던 저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생각나 보관해 두었던 잡지를 꺼냈습니다.
제목이 조금은 자극적입니다.
"자살, 여자, 그리고 나란 인간에 대해 놀라다"
제목보다 더 놀라운 건 대한민국 입국 초기의 제 모습니다.
사진에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ㅎㅎㅎ
당시 30대 중반의 제 모습니다. 정말 민망하네요.
나름대로 한껏 폼 잡았을 텐데 말이죠.
외모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은 누구나 별로일 것입니다.
지금요? ㅎㅎ
대한민국에 와서 촌스러움을 많이 벗었죠.
안팎으로 개과천선 한 것이지요~ ㅎ
살얼음 얼어있는 3월 말의 두만강을 걸어서 헤엄쳐서 건넌 다음 중국 공안에 두 차례 붙잡혔다가
북한 -> 중국 -> 베트남 -> 라오스 -> 미얀마-> 태국 -> 한국으로 몇 개의 국경을 넘어온 이야기는
흔한 탈북 오디세이 일지 모르지만,
청진 병원 의사 10년 차의 여성이 가짜 신분증 하나를 지니고 가정부, 식당 종업원, 북경역의 삐끼로
중국 땅에서 생존의 희망을 찾아 헤맨 3년도 누군가의 처절한 수기 한 편일 수 있지만,
이 책이 그 이상인 것은 김지은의 놀라운 솔직함과 진지함 때문이다.
개인사의 고백이 그토록 섬세하고 정확하면 그것은 역사기록이 된다.
또한 강인하고 반듯한 한 사람이 첩첩의 바리케이드를 넘고 넘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가는 스토리는
흥미로운 드라마이자 힐링의 텍스트가 되기도 한다.
우리에겐 이미 무심하고 때론 권태로운 선진국 시민의 신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꿈에 그리는, 목숨 걸고 찾아오는 어떤 것이라는 사실. 내게도 지치고 우울했던 시절이 있지만,
그의 인생이 전쟁통의 피난길이었다면 내 인생은 봄소풍이구나,
어찌 살아도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건 선물 같은 것이구나, 싶다.
작가님께서 이 추천글을 보내주셨을 때, 추천글을 읽으면서 울었습니다.
지나 온 시간들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났습니다.
출판사에서 추천글이 길다고 좀 줄여달라고 할 때도 한 단어, 한 글자도 줄일 수 없다고 끝까지 고집했답니다.
결국은 책의 앞부분에 추천글들이 통째로 실리게 된 일화는 안비밀이구요. ㅎㅎ
저는 조선희작가님께서 쓰신 글들을 참 좋아합니다.
읽을 때마다 빠져듭니다.
작가님의 작품 몇 편을 아래에 링크로 올려드림니다.
김지은 :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4644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