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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Mar 06. 2021

돈 빌릴 수 없는 "대출" 아시나요?


대출이라는 것이 뭔가요?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 아니에요?

맞죠?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이 아닌 대출"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모르신다고요?

에이, 설마요. 아실 텐데요.~~ㅎ


오늘은 바로 그 대출,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과 다른 대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주체는 바로 : 대 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남한과 북한이지만 남한은 외래어나 신조어, 또는 줄여서 사용하는 말이 너무 많아 때로 굉장히 당황하고 대화가 잘 이어지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요즘 부동산이라는 주제와 함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의 열풍은 여전하죠. 영혼을 털어서라도. 영혼을  끌어 모서라도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해야된다는 "영끌"이라는 단어저한테는 처음에 너무 이해가 힘든 말이기도 했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생활한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줄임말에 좀 더 익숙되고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아직은 여전한 듯합니다.





처음 한의대에 들어가서 수업 중에 생겼던 일입니다.


늦깎이 만학도의 공부, 그것도 한국에서 쟁쟁한 친구들만 온다는 한의과 대학에 다닌다는 것이 저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음가짐이 단단했었죠.


학교 일찍 가기,

맨 압좌석에 정중하게 앉아서 교수님 강의를 성실하게 경청하기 ~~ ㅎ

북한과는 많이 다른 한국의 대학 문화를 체험하게 됩니다.


저는 늘 수업시간에 교탁 맨 앞자리에 앉은 습관이 있습니다.

수업 시작과 함께 교수님께서 앞문으로 들어오시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합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교탁 앞에 서시면 인사하고(오늘 강의 잘 부탁합니다~의 의미로)  자리에 앉습니다.


교수님요?

당황하죠. 처음에는 매우 당황하신 듯해 보였습니다.

저요? 당연히 저도 당황했죠.

다른 학생들은 일어나지 않고 저만 일어났다는 걸 알았거든요.


학생들은 교수님이 들어오시던 말던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하던 행동을 쭉~~ 하데요~ㅠ

왜 교수님께 예의를 표시하지 않지? 하면서 저도 당황한 거죠. ㅎ


물론 이후에는 저도 제 행동이 너무 튄다는 것, 한국에서는 이상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그만두었답니다. 북한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북한은 수업 시작과 함께 교수님이 앞문으로 들어오시면 강의실에 앉아있던 학생 전체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교수님이 교탁 앞에 강의안을 내려놓는 동시에 반장이 "차렷!"하고 구호를 웨치면 학생 전체가 차렷 자세를 취하면서 바로 교수님께 허리 굽혀 인사를 합니다. 교수님도 답례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합니다.


수업 시작 전 교수님께서 출석 체크하는 건 남북한이 같더군요.

한국 대학들에서도 교수님에 따라 좀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교수님들이 출석은 부르데요.


교수님께서 이름을 호명하시는 데 따라 학생들이 대답하는 목소리가 제각각, 목소리에 들어가는 힘도 제각각, 답변의 길이도 제각각.~

저는 앞자리에 앉아서 목소리로만 학생들을 느낍니다. 목소리와 이름을 매치시키면서요.^^.

낯설어서 뒤를 돌아보지 도 못했거든요.


그렇게 며칠을 이어가면서 적응하고 있던 중. 출석체크 답변 중 같은 목소리의 답변 소리가 들렸어요.

옆의 친구에게 물었어요. " 우리 반에 쌍둥이가 있어요?"

옆의 친구 -  " 아닌데요. 왜요?"

나 -   " 아니, 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요. 아까 답변했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서요"

옆의 친구 - " 아, 그거요. 대출이에요"

나 - "대출요? 왜 여기서 대출이 나와요? 대출은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 아니에요?"

옆의 친구 - " ㅎㅎㅎ 은행 대출이 아니고 대리출석이에요."

아!!!!!!! "대리출석" ㅋㅋㅋ

나 -  "왜 대리 출석해요? 학교 안 왔으면 결석 아니에요?"

옆의 친구 표정 - 유구무언인 것 같았어요. 아... 이분 참 갑갑하네. 앞으로 어떡하지? 하는. ㅎㅎㅎ






교수님께 대신 출석 체크해준다는 것도 당시에는  당황했고.

그 대리출석을 "대출"이라는 단어로 줄여서 호칭하는 것도 낯설었고

대리출석을 하는 행위가 비교적 스스럼없 자행되고 있는 것도 놀랐죠. ㅎ

아 요기서 대리출석의 행태를 꼬집자는 건 절대로 아녀요.ㅎ


이후에는 저도 대리출석에 대하여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만.

그래서 저도 가끔 누가 "대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저는 결국 한 번도 못했습니다.


왜냐고요?

너무 튀었어요. 제가.

나이가 많죠.

맨 앞에 앉죠. ㅎㅎ

제가 없어지면 출석 부르지 않아도 교수님들이 금방 아셨답니다.

당연히 대리출석은 꿈도 못 꾸죠. 그저 수업 한번 째는 거죠. ㅎㅎㅎ

학우들이 가끔 그래요.."언니, 우리 오후 강의 째고 영화 보러 갈까요?"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저는 "오호~ 좋았어.. 가자." 하고 쪼르르 달려 나갔고요. ㅎㅎ


지금은 아무런 거부감도 없는 대리출석 = "대출"

중간에 수업 빠지는  "강의 째고"

초반에는 저한테 상당한 충격을 주었지만 하나씩 익혀가는 것 또한 재밌기도 했답니다. ㅎ


남과 북.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다름의 격차가 큰 것이 참 많아요.

소소한 개인들의 일상에서도 이런 일들이 많은데..

넓은 입장에서 서로 다르게 이해되는 것들이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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