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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Apr 13. 2021

북한 의대, 한국 의대 무엇이 다를까.



나는 북한의 한 지방에서 내과의사와 소아과 의사로 일하던 중 탈북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한의사로 살아가고 있다. 내 브런치의 글을 앞에서부터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내가 한국에 와서 한의과 대학을 다시 다녔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가끔 주변인들로부터 북한 의사와 한국의사 무엇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받는다. 
한마디로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북한 이념이 다르고, 의료체계가 다르고, 의학대학 과정이 다르고,  의료시스템이 다르다.





몇 년 전 간호대학 학생들과 함께 하는 세미나에서 "통일 의료"와 관련 발표를 했던 적이 있었다.

발표 후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한국의 간호대학 학생의 질문에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북한에도 의과대학이 있나요?"였다.


남북한이 그동안 얼마나 정보가 부족했는지를 보여주는 질문이다. 어떻게 의과대학이 있는냐는 한심한 질문을 할 수 있지? 그 간호대학 학생이 너무나도 기본적인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 일가? 


사실 이 질문을 받는 순간 우선은 황당했고 다음에는 슬펐다. 

북한에 의학대학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현실이 슬펐다. 

북한은 의학대학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슬펐다.

우리의 현실이 이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알려야겠구나 하는 결심도 하게 되었다.


그 학생의 질문을 빌어 답변한다면 북한에도 14개의 의과대학이 있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의과대학이 아니고 의학대학이다.

북한에는 각 도에 1개의 의학대학과 평양의학대학을 비롯하여 특별하게 설치된 의학대학을 포함한 14개의 의학대학이 있다. 여기서 군의대학들은 제외시켰다. 

그리고 나는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청진의학대학 고려의학부를 졸업했다.

고려 의학부는 한국의 한의학과에 해당한다. 한국식으로 이해한다면 한의학과 졸업생이 양방내과와 소아과가 의사로 근무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한국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북한 의대와 한국의대의 차이



첫째 : 고려 의학부 즉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양방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양방학적 진단에 한의학적 치료"라는 양'한방 협진의 치료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고려 학부 졸업생에게 교육시키는 양방 과정이 매우 많은 것이다. 대학 졸업하면 고려 학부 졸업생에게 고려 의사자격(한의사 자격)과 양방의사 자격 모두를 부여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양방의사에게는 고려 의사자격(양방의사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둘째 :  북한 의학대학 졸업생들은 "의사국가고시가 없다" 



한국은 졸업시험 후 의사국가고시 시험이 있지만 북한은 없다. 

대신 북한은 졸업시험 자격이 매우 까다롭다. 

대학 전 과정을 마친다고 누구나 다 졸업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졸업시험을 치르려면 

* 외국어원서 300쪽 번역(거의 책 한권수준이다),
* 해산방조 10명(양방의사든, 한방의사든 모두에 해당)
* 군진의학 수료(전시상황에서 응급한자 구조에 대한 이론 및 실습- 핵무기, 생물학적무기 등 피해때 응급구조)

* 졸업실습리포트 제출( 졸업마지막 6개월간 병원에서 진행)

이러한 과정을 완벽하게 통과 해야 한다.


그리고 졸업시험은 3일간 매우 까다롭게 (필답 및 구답) 치르게 된다.



셋째 : 북한 의학대학은 졸업 후에도 3년에 한 번씩 자격시험을 다시 치른다.



말 그대로이다. 북한은 대학 졸업 후 3년마다 그 자격을 재심의 하는 시험을 치르어야 한다. 

의학대학을 졸업하면 6급이라는 의사 급수가 주어지며 이후 3년마다 자격심의 시험을 치르면서 급수를 유지하든가 급수가 올라가든가 한다. 급수가 올라가면 급여까지 올라가므로 의미가 크다.  

3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의사자격시험은 해마다 졸업생명단을 기준으로 자동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본인이 신경쓰지 않아도 위로부터 명단이 내려온다.

국가에서 일율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이유 없이 누락될 수 없으며 이유 없이 누락될 경우 의사자격 박탈에 이른다.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는 시험장에 올 수 없는, 매우 큰 신상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3년마다 한번씩 의사자격시험을 다시 치르어야 한다면 한국의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3년마다 의사시험을 치르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짜증나는 일이다. 나도 그랬다.

좋았던 점은 딱 한가지.

같은년도 졸업생들이라면 늘 같은 해에 시험을 치르게 되기때문에 주기적으로 대학동기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

그것만은 즐거웠던 추억이다.


넷째 : 북한 의료는 양한방 협진이다.


북한은 고려 의사(한의사)도 일반 주사, 링거, 모르핀을 비롯한 마약성 진동제 등 소염제, 항생제 처방할 수 있으며 양방의사도 진료 중 침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경우 양방의사는 한의사에게 환자를 의뢰하고, 한의사는 양방의사에게 환자를 의뢰하여 함께 환자를 치료한다.






이러한 북한의 의학대학교육이나 의료시스템이 무색할 만큼 보건의료현실은 열악하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전 세계인들과 함께 코로나 19라는 사상 유례없는 전염병 난국을 경험했고 지금도 치열한 극복 중이다.

하나의 지구촌이라고 표현할 만큼 이미 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세계 어느 곳에서 어떤 전염병이 발생하든 그것은 그 지역, 그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는 북한지역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현실로 인해 북한에 전염병이 발생할 때, 그것이 북한만의 문제라 생각하고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그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으며 북한 전염병 발생 문제는 결국 한국의 전염병 발생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북한보건의료가 안정되어야 한국도 안전할 수 있다.

북한 보건의료환경을 개선하고 북한 의료 수준을 높여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단순히 북한을 도와주는 것만은 아니다. 남한도 건강하기 위해서이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이다.


한반도는 70여 년간 고통받고 있는 중환자이다. 

그 중환자를 우리가 구해야 한다. 

한반도의 생명을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 

건강한 한반도는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jennycepeda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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