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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Apr 09. 2021

조금은 무거운 글 : 성(性)

난, 아니거든요.




이 글은 아주 오래전, 제가 대한민국에 입국해서 회사 생활할 때 당했던(?) 사실이고 그때 썼던 글입니다.

당시 한국에 갓 입국했던 저는 북한에서의 의사자격을 승인받으려고 했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북한에 가서 자격증을 가져오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됩니다. 언론을 통하여 여러 가지 사연들이 공개되면서 제가 의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죠. 그때 있었던 일, 그리고 그때 썼던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당시의 제 심정이 담겨있던 과격한 표현에는 약간의 해석을 달거나 수정했음을 말씀드립니다.)


참고로 제가 앞으로 책을 내면 대한민국에서 겪었던 황당한 일들을 시리즈로 몇 개 묶어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로 기록되었던 글입니다.

당시 회사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이 글이 올려졌었고 그때 힘내라고, 용기 내라고 해주셨던 분들께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목도 그대로 "황당 시리즈"입니다.



**단 부탁 말씀.

 

대한민국에서 생활한 지 얼마 안 되던 때라 북한식 표현과 사고방식에 젖어있고 한국분들이 느끼시기에 불편한 표현도, 또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면서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북한 분위기는 사회적으로 '성"이라는 문제에서 깨끗하다, 신성하다 이런 의도도 아니라는 말씀도 덧붙입니다. 약자의 위치에서 느끼게 되었던 분노? 화남? 뭐 그 어디쯤일 심정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남성들에 대한 비토의 글도 아님니다. 

성적 피해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자이지만 반대로 남성들도 당할 수 있으니까요. 
남성분들의 오해도 없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갈 때 받게 되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또는 놓이게 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 또는 현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함께 좀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의 노력을 다 함께 해보자는 의미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황당 시리즈.


1.

“사이버 보도방”에서 성 매매를 한 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상시의 실지 뉴스 내용입니다.) 

아무리 자유 민주주의 사회이고 성이 난무하다고 하지만 신성한 교단(교수님들이 정말 자신이 서있는 교단을 신성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에 서있는 교수들이 성매매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한국이 북한보다는 많이 개방이 되어있고 소위 “자유”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때로는 질서가 없고 절제되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점은 다소 이해하면서 생활하지만 교수들이 성 매매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공개될 정도로 난잡하다는 것은 정말로 상상밖의 일이다.


언제인가 서울의 모 대학교에서 교수가 대학원생과 조교와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성희롱을 했다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 된 기사를 읽으면서 참으로 서글픔을 금할 수 없었는데.. 교수들이 “사이버 보도방” 같은 것도 이용하고 있다니… 언론에 공개될 정도로.


단돈 20만 원을 들고 엄청 비싼 전화비를 들여가며 윤락녀를 알선해달라고 전화를 할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 가. 내일 강의 준비를 위하여 교재 한 줄을 더 읽고 참고서 한 페이지를 더 탐독해야 하는 교수가 자신의 바짓가랑이 안에서 동서남북으로  끓어오르는 욕정을 움켜잡고 열기 오른 얼굴에 들뜬목소리로 인간생활이란 그럴 수 있는 거야 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징글스러운 웃음을 낯짝에 띄웠을 가?


아니면 표리 부동하고 아닌 보살 한 표정으로 그 태연하고 신사적인 양면성 속에서 음탕한 신음소리와 울부짖음을 상상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쥐꼬리만 한 특권의 힘을 자랑했을까? 갑자기 구역질이 난다.

더럽고 메스껍고 온 몸의 솜털이 빳빳이 일어서는 것 같다.


하물며 먹이를 찾아 여우 같은 눈알을 360도로 부지런히 맴돌리고 있는 몇 안 되는 인간들의 눈에 우리와 같은 탈북자들은 독수리 앞의 병아리와 같을지도 모른다. 아주 쉬운 먹잇감 일지 모른다.


돌이켜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오늘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참고 스치려고..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시간이 지났지만 오늘의 기사를 보니 또 분노가 치솟는다.



2.

얼마 전에 모 대학 교수한테서 회사로 전화가 왔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 교수 누구라고 소개를 한 후 휴대폰 번호와 연구실 전화번호, 조교 연구실 전화번호와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어떻게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하면서 신원을 밝힌 후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많이 보았다고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 자신이 전공인 한의학을 살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기사를 봤다고, 그리고  도와주고 싶다고… 

만나서 어떤 부분을 도와주어야 되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 싶다고 하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학교도, 전화번호도 너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데서 일단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만났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나는 일하고 있던 회사분들께 그 교수의 연락처와 함께 만남 장소를 알려주고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교수를 만났다.


간단한 수인사를 주고받은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대한민국에서 2년 남짓이 생활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군 하지만 누구에게나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 그때까지 내가 느끼고 받은 경험은 한국사람들과의 대화가 외교적인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와도 무엇을 어떻게 도와준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만나기는 하였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활하는가..

무엇이 힘든가..

한의사 자격을 취득하는데서 어떤 문제들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가..


현재 생활에서는 별로 힘든 것이 없고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며 자격시험문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교수는 자신이 오랫동안의 교수생활과 인맥들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의사자격시험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떤 특정된 인물까지 거론하면서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내 앞에서 큰 소리를 쳤다.


너무 단순하게 자신 있는 소리를 하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더 경솔하고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더 기분이 언짢았던 부분은 나를 쳐다보는 남자 교수의 눈빛과 말투였다.


북한 사람들 속에도 “입덧”하는 사람들이 있는가고 물었다.

뜬금없는 갑작스러운 질문이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차분하고, 태연하게 마음을 다잡고  의료인의 입장에서 합당한 단어와 표현들을 구사하여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답변했다.


하지만 다음의 질문을 들으면서 그 사람의 질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김 선생님 자신은 “입덧”을 경험해봤냐고 묻는다. 질문하는 교수의 그 눈빛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어떤 예감이 떠오르면서 더러운 벌레가 나를 휘감는 듯한 징그러운 느낌이 들면서 소름 끼쳤다.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걸까.


할 말은 잃은 나는 더 할 이야기도 없고 필요도 없었고 더 하고 싶지도 않다고 툭 쏘아붙였다.

그러자 그는 중요한 것은 자격시험을 치르는 것 아니냐고. 자격시험에서 자신이 큰 몫을 맡아줄 수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면서 은근슬쩍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돌봐주는 남자가 있는가 물었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고 노골적인 맨트도 서슴지 않았다.


어떻게 나오는가 보려고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고 의식적으로 대답했다. 담당 형사도 있고 국정원도 있다고 아닌 보살 했다. 그런 것 말고 옆에 함께 생활하는 남자가 있느냐가 중요하단다.


당신이 나를 도와주는 것 하고 내 곁에 남자가 있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것이 진정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질문이냐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함께하는 남자가 있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없다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도와주겠다고 넋두리를 한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돈봉투를 건네주었다. 여기서 인내성이 무너지면서 폭발했다.

무지하게 더럽고 추잡했고 치사스러웠다. 순간 표현할 수 없는 불쾌감과 함께 두 주먹에 힘이 실리면서 귀썀이라도 거세게 올려붙이고 싶었다.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는 수작인가…


정말 순간만 자제하지 못했다면 그 교수의 귀썀을 벌겋게 달구어놓을 번 했다. 

단돈 몇 푼에 자신의 인격을 팔아먹을 만큼 궁색하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모든 여성들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가고..

대한민국 여성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지금 사과와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당시는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북한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고 

         한국사람, 북한 사람하고 쪽 가르기 하면서 생각했었던 적이 많았다. ) 



괜히 대한민국 여성들을 운운하면서 "난 아니거든, 북한은 아니거든!!" 하는 반발을 표현하고 싶었다.

.


내게 필요한 것은 나의 인생 개척에 대한 조언이나 방조이지 돈 몇 푼 아니다.

단 돈 몇 푼에 나를 내놓을 만큼 값이 없는 인격이 아니고 그런 사고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신에게 어떤 도움도 바라지 않으니 단 돈 몇 푼으로 여성을 유혹하지 말라..

지금껏 그런 식으로 여성들을 상대했다면 당신은 대상을 잘 못 골랐다.


교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이 벌게졌다.

정말로 그때 그런 생각도 했다.

남한 여성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돈을 받을 가.

돈을 받은 다음의 마음은 얼마나 씁쓸할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실리를 챙겼다는 안도감에 살그머니 웃음을 지을 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3.
그러고는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던 직원분들이 좋은 일일 거라 생각했는데.. 내 표정을 보고 아닌 듯하여 놀라는 눈치다.

사건 전말을 말씀드렸더니 사장님 이하 이사님들께 웃으셨다.

회사 임원분들도 남성 들이다. 


그냥 할 말이 없었을까. 

아님 내가 너무 순진하게 보였던 걸일 가.


그날 후로 며칠을 앓았다.

육체가 아니라 심신이 아팠다.

그러한 교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것이 한 두 사람의 덜된 인간일 뿐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그것도 아닌 듯하다.


오늘 이렇게 “사이버 보도방”이라는 곳에서까지 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고 하니 작년 가을 모 대학교수가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과 조교를 성희롱을 했다는 것도 어쩌면 하나도 의아한 것이 아닌 그럴 수 있는 사건의 하나인 것 같이 느껴졌다.


성은 천한 것이  아닌 신성한 것이고 

황금은 속물적인 것이 아닌  값진 것이다.

두 가지가 모두 귀한 것이므로 아무렇게나 휘둘린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사랑이 내포되지 않은 성은 욕정을 만족시킨다고 해도 아름다울 수 없고

땀이 스며있지 않은 황금은 아무리 많은들 그 빛을 제대로 발산할 수 없다.






15년 넘은 세월이 흘렀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라면 강산이 3번은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한, 성감수성이 낮은 현상들이 많다.


새터민을 비롯한 약자들이 보호받은 사회, 과연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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