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는 19

고무줄 같은 정기고사 평가, 개선은 언제쯤 될까.

by 희앤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지긋지긋한 시험이 사라졌으면 하고 바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젠 시험만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교사들이 고무줄 같은 평가방식 때문에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수행평가가 자신의 실력만큼 제대로 평가받았는지 조차 알 수 없어 심적인 고통을 당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관행이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이 학교에 이렇다 할 개선점을 요구할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입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교사의 평가를 무조건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어리지만 어찌 이와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겠는가.

그런 가운데 정기고사까지 채점방식이 고무줄같이 늘었다 줄었다 하여 평가를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는 게 학생들이 이야기다.


이와 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1학기 중간고사에서도 어김없이 똑같은 일이 발생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다음은 논란이 된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시험 문제다.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X 퀴즈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이 정확히 존재한다. 시행의 첫 어절이라고 했기 때문에 정답은 '솥'이다. 어절은 띄어쓰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밑줄까지 쳐서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솥 시루'까지 확장하여 답으로 인정하여 무려 3점의 부분 점수를 주었다. 바로 이 부분이 학생과 학부모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내신 성적이 진학에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에겐 이보다 더 큰일은 없다. 더욱이 정답을 쓴 학생은 4점을 주고 정답은 못 썼지만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지녔다는 이유로 3점을 주었다. 그럼 '솥 시루 버려두니'라고 한 어절을 더 쓴 학생은 문제에 대한 이해를 못 한 것일까. 또 그다음 어절까지 쓴 학생은 또 어떤가. 또 시험 문제가 제시문 <나>에서 어절을 찾아 쓰시오,라고 출제되었다면, 부분 점수를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해당 교사는 첫 어절이라 했고, 첫 어절을 밑줄까지 쳐서 학생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강조까지 하였다. 그렇다 보니 납득하기가 참 어려운 게 사실이다.

더욱이 이로 인해서 등급까지 바뀌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게다가 학생에게 명확하게 부분점수를 인정하는 이유를 전혀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로는 해당 교사의 반 학생들이 '솥 시루'를 많이 썼기 때문에 부분 점수를 인정했다고 했다. 이것이 사실인 줄은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말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하여 기사화까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시험 형평성'이라는 검색어로 돌리다 보면, 현직 교사들의 부조리 아니 법을 어기는 범법 행위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해당 교과 교사 역시 이런 사회적 현상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왜 무리수를 두었을까?.

게다가 학생들에게 타당한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학생들이 수긍할 수 있었다면 논란과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분 점수를 인정받은 학생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환호성을 질렀겠지만, 정답을 쓴 학생들은 울상을 짓고 말았을 거다.


정답을 쓰고도, 정답을 못 쓴 학생과 1점 차이밖에 안나는 점수를 평가를 받게 되었으니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4점의 차이가 발생해야 하는 데 겨우 1점 차이, 더욱이 등급 컷이 바뀔 상황인데 어찌 달가웠겠는가. 아마도 속이 타들 갔을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서 학생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은 팽팽한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지역 입시교육 전문가가 이 학교 시험지를 분석한 적이 있다. 1점 차이로 등급이 바뀔 수 있음을 제시한 바가 있어서, 학생과 학부모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https://m.blog.naver.com/magdungi/223508195942


그래서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존에 학교에서 벌어진 시험 형평성에 깨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기다려주었건만, 이번에도 또, 꾹꾹 참았던 일까지 다시 회귀됐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가 모아졌던 모양이다.

학부모 대표로서 이와 같은 큰 문제를 알고 그냥 넘길 수 없어 학교의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 줄 것을 부탁드렸다. 일단 학교 시험 문제인지 확인하는 일이 먼저였다. 우리 학교의 시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 이야기한 것이지만 확인을 여러 번 해서 나쁠 건 없다는 내 주관이다.

일일이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서 문서로 작성하여 교장 선생님과 전화로 면담 약속을 정했다.

하지만 내가 들었던 말은 이랬다.


"우리 선생님들이 잘못한 경우엔 바로 징계, 징계 처리해요"


"내가 우리 학교 문제인지 어떻게 확인해요. 몇 학년인 줄도 모르는데"


" 시험문제를 그냥 내는 것이 아니라 이원목적분류표를 맞춰 출제를 합니다"


"성적이의 신청기간이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시험이 끝나면 교실에 시험 정답과 관련된 자료를 계시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고 날인까지 합니다. 잘못되었다면 그때 벌써 제기되었을 일이고......"


학부모들이 듣고 싶은 말은 징계도 그 무엇도 아니다. 이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투명하게 타당한 이유를 밝혀 학교의 신뢰성을 회복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성적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 부분 점수를 받은 다수의 학생들에게 적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면, 앞으로 많이 남은 학교생활이 무척 어렵고 힘들게 돼서 학교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둘째, 성적이의 신청을 교과 선생님께 직접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구조여서, 교과 선생님이

눈을 치켜뜨고 침을 빨아들이 듯 방울뱀 소리를 내며 '이거 아니야' 신청서를 되돌려 주는 구조 때문에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셋째, 교사가 생기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밉보여서 생기부 작성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는 보복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 가지 이유가 무리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경험하고 체득된 산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정확한 진실은 없다.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가 진행하는 동안 동상이몽은 물론이고,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어디에도 학생과 학부모의 처지에 대한 이해는 먼지 한 조각도 되지 못했다.


우리 아이는 3학년이었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이니, 1, 2학년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확인하신 후 학부모들에게 공지해 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저에게라도 해 줄 수 있을까요."라고 나는 물었다.


질문에 대해 대답을 피한 채, 위에서 했던 말을 반복해서 이어갈 뿐이었다.


더 이상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좋아질 것도 없고, 이 정도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 2시 가까이가 되자 전화가 왔다.

교장 선생님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이렇다.


" 시행을 그 그 찾는 것에 의미가 있고 그걸 다 쓰면은 칸이 부족할 것 같아서 첫 어절을 쓰시오 이렇게 했는데. 첫 어절을 쓰는 것이 원칙이니까. 그것을 그렇게 쓴 사람은 만점을 주고. 그다음 어절까지 쓴 학생은 감점을 마이너스 일점을 한다는 채점기준이 쓰여 있네요"


이원목적분류표에 작성된 내용을 확인하셨나 보다. 교장 선생님의 입장에선 최선을 다했으리라, 이런 상황에 그 이상은 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용기와 도전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언제부터 우리나라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과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해서 점수를 주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나 역시 학생들을 가르쳤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교과 지식을 이해했느냐가 평가 기준이 아니라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곧 실력에 대한 평가라는 걸 나와 학생들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능에서 킬러문제가 대표적이지 않는가. 일부로 함정을 파고 실수하는지 안 하는지를 측정하여 실력을 평가한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니 학생들이 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선택하여 대학진학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학교에 다니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고등학생들의 자퇴는 우리 교육 부조리에 대한 거부이자, 저항이다.


하지만 아쉽다. 친구들 함께 공부하고 즐겁게 보낼 시간을 반납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또한 옛날처럼 이 시기만 잘 지나가면 된다는 식의 학교 행정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도시에서 내신 성적 형평성 때문에 소송을 하거나 준비 중인 경우는 많다.


사실 학부모들의 인맥을 통하면 법리적 검토는 충분히 가능하다. 학생들의 친족 중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이 있다. 아빠와 엄마 친구가 변호사일 수도 있다. 지역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넣으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 법률적인 검토가 가능하다.


나 역시 학생의 아빠가 변호사였다. 그 친구도 홈스쿨링 선택하고 검정고시를 응시하여 대학을 진학했다.

로펌에서 근무하는 사무장인 엄마도 있었다. 그 엄마와 이야기하면 느낀 것은 내게 세상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였다. 언제나 좋은 학생들과 책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악랄하고 잔인한 인간 세계를 어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 엄마 말대로라면 현실은 막장드라마나 불륜드라마보다 더 가혹하다는 점이다.

그때 법률사무소 사무장의 월급이 웬만한 병원장 수입보다 낫을 정도로 상당하다는 걸 알게 됐는데,

부럽지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았다고나 할까. 매일같이 극단적인 사건 사고에 대한 소송 서류를 작성하는 일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앞으로 학교는 안일하게 꾹 누르면 된다는 식의 대응 태도는 버려야 한다. 난 언제나 학교의 태도를 보면 70~80년대가 연상된다. 무지하다는 이유로 학생과 학부모를 우롱하는 태도. 올해 제일 인기 있는 넷플릭스 화제 드라마 '폭싹 속았어요'의 애순의 선생님.


아직도 시대를 읽지 못하고 그런 과오를 범하고 있는 선생님들.

시대가 변했습니다. 누가 무지한 것일까요?


출처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45665


참고 ㅡ 이원목적분류표

출처

https://m.blog.naver.com/stardeer1/223238229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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