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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빈작가 Aug 25. 2022

예쁜 말투로 바꾸니 남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녀는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고 지각하고 반응하고 행동하고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달리한다. 어떤 때엔 언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존 그레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말투 하나로 온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남녀는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아이가 3살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새벽 4시쯤 자다가 일어나서 갑자기 토를 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토를 받아 내고 있었다. 남편도 슬쩍 깼다.      

“무슨 일이야?” 

“응, 고은이가 토를 하네. 괜찮아” 

내가 대답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그냥 계속 잤다. 그때부터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아니 애가 토를 하는데 그냥 자? 그냥 잠이 와?’      

나는 육아휴직 중이었고, 남편은 아침에 또 출근을 해야 했기에 더 깨우지는 않았다. 이미 가슴 한구석에 서운함과 실망감이 공존해 있다.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다. ‘어떻게 그냥 자지? 그 상황에 잠이 오나? 일어나서 애를 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받아 낸 토를 좀 치워주기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일한다고 생색내나? 애 보는 것도 너무 힘든데, 나 무시하는 건가?’ 너무 멀리 왔다. 


혼자 소설을 쓰고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이후에 퇴근하는 남편에게 잘 해줄 리 없다. 괜스레 쏟아내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나는 남편과 싸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기에 아무 말도 안하는 것으로 대처한다. 하지만 쌓일 대로 쌓여 있다는 것은 안다. 


남편은 남편대로 서운하다. 자기는 힘들게 일하고 들어오는데, 애한테만 신경 쓰고 있으니 말이다. 뭘 잘못했는지조차 알지도 못한다.      


남편에게는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며칠 뒤 같은 상황이 생겼다. 새벽이었고, 아이는 토하고 있다.      

“무슨 일이야?” 

“응, 고은이를 토를 하는데, 내가 손으로 받았어. 자기야, 일어나서 수건을 좀 가져다주고, 이 이불은 닦아서 세탁기 앞에다 두어. 이따가 내가 빨게”      

일어나서 수건도 갖다 주고, 이불은 닦아서 세탁기 앞에다 두었다.      

“또 할 거 있어?”

“아니, 나머지는 내가 할 게 자기는 그만 자요. 고마워”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얘기했더니 그대로 들어주었다. 어렵지 않았다. 이것을 그동안 왜 못했을까 하면서 아이를 보는 마음도, 새벽에 이불을 빠는 마음도 나쁘지 않았다. 많은 아내들은 남편들이 알아서 해주기를 원한다. 그걸 꼭 말해야 아나? 하면서 말이다. 


남편들은 말해야 안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한참이 지나서 이 일에 대해서 남편과 대화했다. 처음에 아무것도 안 해주고 그냥 잠을 자는 모습에 엄청 서운했음을 언급했다. 어이가 없기도 했고, 하루 종일 나 혼자 오르락내리락 했다고 그랬더니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괜찮다고 했잖아” 

“....”     


예쁜 말투로 바꾸니 남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혼 초 때의 일이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보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이게 안 보여?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주어야지. 뭐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나?”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못 봤어. 못 봤으니까 안 했지!” 

“이걸 못 봤다는 게 말이 돼?” 다툼이 된다.      

조금 더 살면서 그것이 안 보인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못 봤다는 남편의 말은 진실이었다. 말투를 바꾸었다. 

“자기야, 거기 바닥에 휴지 있는데, 쓰레기통에 버려줄래요?” 하니 남편이 그걸 집어다가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렇게 남편들에게는 구체적인 말투를 써야 한다. 이 방법 아주 효과적이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한번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설거지, 청소, 분리수거 모두 맡길 수 있다. 단 아주 현명하게 그리고 예쁜 말투로 해야 한다. 

“자기야, 내가 재활용 쓰레기 여기다 모아둘 테니까 자기가 1층 분리수거함에 버리고 올래요?”   

 

‘대화 눈높이를 상대에게 맞추면 호감도가 오른다’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이오타 다쓰나리의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에 나온 내용인데 저자는 가게에서 주문을 할 때도 점원의 언어로 말한다고 한다. 메뉴판에 ‘휘핑크림 듬뿍 카페모카’라고 적혀 있으면 “카페모카요”가 아니라 “휘핑크림 듬뿍 카페모카 주세요.” 라고 말한다고 한다. 


상대의 언어로 정확하게 말을 해야한다고 한다. 나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구체적이고 남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듣는 사람의 언어를 쓰고 상대가 제대로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말투는 그 사람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내 말의 가치가 되기도 한다. 

나의 언어로만 사용한다면 상대에게는 들리지 않는 말이 된다. 말은 들리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내 말이 가치가 있는 말을 위해서라도 상대가 이해하고 들을 수 있는 말인 그 사람에게 맞춘 말하기가 필요하다.      


남편을 움직이는 말투의 Tip

1. 남편에게는 구체적으로 말을 하자.

2. 말투를 예쁜 말투로 바꿔서 남편을 움직이게 하자.

자기야내가 재활용 쓰레기 여기다 모아둘테니까 자기가 1층 분리수거함에 버리고 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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