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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른도로시 Dec 23. 2022

기분이 퍽 괜찮은 하루하루에 익숙해져야지


브런치로부터 알람이 왔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 지 2주가 지난 모양이다.

정확히는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쓰지 '못한'것에 가깝다. 


희한하게도 마음이 평온하면 할수록 글이며 그림이 잘 나오지 않는다. 

글감이 잘 떠오르지 않을뿐더러 예전에 생각해 거리가 있다 한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고통은 창작의 원천이라 했던가. 모두에게 들어맞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는 해당되는 말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가 문득 '어쩌면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낯설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살다 보면 문득문득 마음이 극히 평화로울 때가 있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불안이 찾아오고,

그럴 때면 '또 마음이 불안해졌구나.' 하는 실망감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그런 나날이 반복되자 마음이 평온한

때에도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다음에 찾아올 하강 구간을 미리 두려워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이 상승 구간도 조만간 내려갈지도 모르겠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기분이 다운될 수도 있다.

한 번 다운되면 손 쓸 겨를도 없이, 원하든 원치 않든 다시 나아질 때까지 고통을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 

여러 번 겪은 일이니만큼  지금의 평화에 길들여지지 말라고 마음속 누군가가 속삭인다. 

하지만 미리 겁낸다고 예방 가능한 문제도 아니고, 그러면 그럴수록 현재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되니

모두 쓸데없는 짓거리다. 죽을 걸 알면서도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게 인간의 삶 아니던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하강 구간이 두려워서 모처럼 찾아온 마음의 평화를 즐기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거다. 


생각해보면 꼭 독창적인 글이며 그림을 남겨야 할 필요도 없다. 모두 무언가 특별한 발자취를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마음일 뿐이다. 글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쓰면 그만이다. 지구상에 숨 쉬는 생물로 태어난 이상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살아 낼 수밖에 없는 게 나의 운명이니까. 그 과정에서 쓰레기에 가까운 부산물을 낳을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정신없이 길을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과거에 내가 만들어낸 오물 덩어리조차 사랑스러워 보일 날이 올 테니. 그러니 막다른 골목이나 낭떠러지에 맞닥뜨릴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겨야겠다. 삼십몇 년쯤 살았으면 기분이 퍽 괜찮은 나날에도 익숙해질 때가 되었지. 이 또한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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