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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른도로시 Mar 29. 2023

미니멀리스트냐 맥시멀리스트냐 그것이 문제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외치는 맥시멀리스트다. 


 유튜브를 볼 때면 늘 미니멀리스트 영상을 본다. '아 저렇게 살고 싶다.'를 속으로 수천만 번 외치면서.

동해 바닷가 8평 원룸에서 책상 하나만 두고 산다는 미니멀리스트 이야기, 금전적으로는 부자가 아닐지라도 시간과 마음만큼은 풍요롭게 사는 여행가 미니멀리스트 부부의 이야기 등을 보면서 내 일도 아닌데 뿌듯함을 느낀다. 그들의 잘 정리된 삶과 집안을 보고 있노라면 안개로 자욱했던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다. 


 현실은 어떤가? 장롱에는 잘 입지도 않는 옷이 켜켜이 쌓여있고(최근에 정리를 좀 하긴 했다) 아무리 헐값에팔아도 족히 200만 원은 될 법한 마론 인형들이 놔둘 자리가 없어 사이좋게 상자 안에 포개져있다. 한창 뽑기가 유행할 때 뽑은 봉제인형들을 비롯하여 학교 다닐 때 그리던 그림들, 왁구들... 거기다 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그 꼴이 보기 싫어 소비를 지양하기로 했건만 아직은 멀었다. 


 그나마 요새는 새 옷을 사지 않는다. 군것질도 절반 이상 줄었다. ADHD약 부작용(?)으로 인해 입맛이 떨어진 나머지 외식이 줄었고, 덕분에 살이 점점 빠지고 있다. 외식과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줄자 쓰레기도 자연히 줄어들었다.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점점 희망이 보이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에서는 어떨까?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만큼은 미니멀이 잘 안 된다. 타고나기를 (꿈)맥시멀리스트로 타고난 듯하다. 

어릴 적부터 장래희망이 수시로 바뀌기 일쑤였고, 어리니 그런 거겠지~하고 예쁘게 봐주었던 우리 엄마도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진로를 두고 일분 일초가 다르게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버럭 화를 내시곤 했다. "한 우물만 파라 좀, 제발!!!!!"


 직업적인 부분에서도 난 여전히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 사이를 갈팡질팡하고 있다. 

모든 걸 다 비우고 소탈하게 매트 하나만 지고 유랑하는 자유로운 요가인이 되고 싶었지만, 동시에 작업실 벽을 천장까지 가득 그림으로 채우고 사는 예술가가 되고 싶기도 했다. 혹자는 그리는 그림마다 족족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화가+요가인이 되면 되지 않냐고 했지만 아서라, 위대한 작품 하나가 나오려면 그만큼 망작이 많아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필요한 사람들에게 죄다 뿌린다 한들 내 몫으로 남는 찌꺼기들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여전히 내 갈길을 뚜렷이 정하지 못했다. 한때는 매일 새벽 수련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요기니였으나 이제는 올 한 해 천만 원을 모으고야 말겠다는 목표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생활인이다. 목표 금액을 생각하면 요가원에 내는 등록비가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 천만 원도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으는 것이니, 내년에 무엇을 하며 돈을 쓸지에 따라 진짜 내 '열정'이 판가름 나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일지도 모른다'이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열여덟 살 때에 비하면 많이 '미니멀'해진 셈이다. 적어도 요가, 그림 두 가지로 범위가 좁혀졌으니까. 또 다른 '미니멀'하지 못한 고민은 바로 아이를 가지느냐 가지지 않느냐 하는 문제다. 이 문제를 생각하노라면 십 분에도 몇 백번씩 헷가닥 헷가닥 한다. 아이에 대한 복잡한 심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면이 부족하여 생략한다. 


 내 사주에는 원숭이가 두 마리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재주는 많은데 갈피를 못 잡는다고 했다. (어떤 분은 결혼을 두 번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네? 뭐라고여?) 전에는 갈 길이 딱 정해져 있어 큰 고민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사실, 여전히 부럽다. 부럽다 못해 내장이 다 근지러워서 팔짝 뛰다 우주로 솟구칠 만큼. 나는 언제쯤 내 길을 찾게 될까. 아니, 정말 '내 길'이란 게 있긴 있는 걸까. 


다 집어치우고 일단은 천만 원부터 모으고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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