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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른도로시 Apr 17. 2023

엄마 될 결심


"일을 하다 보니 제가 무얼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저는 사람의 가능성을 보고 이끌어 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요. 각각 다른 사람들의 개성을 살피고 그 속에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손을 내밀고, 그 사람의 성장 속도에 맞게 기다려 줄 때 엄청 기쁘더라고요." 


"히초미는 벌써 자기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를 찾았네. 그걸 그렇게 일찍 찾는다는 게 쉽지가 않은데."








 지난 금요일, 사업을 하시는 이모뻘 선생님 한 분을 만났다. 요가원에 함께 다닌 이후로 몇 년째 이어오고 있는 소중한 인연이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 경험이 대체로 싫었건 좋았건 상관없이 그 해당 경험은 인연을 만나려고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 내가 요가원에 다닌 이유는 다름 아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인연들을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중 한 분이 S님이다. 


 그 만남 이후 며칠이 지났다. 뇌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문득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사실 '문득'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지난주의 대화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보고 이끌어 주는 것, 개성을 살피고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도와줄지 알고 한 걸음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 엄마'라는 사고 과정이 나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동안은 막연히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나와 집사람(신랑ㅋ)을 반반씩 섞어 닮은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생각하면 봄바람에 꽃잎이 날리듯 내 마음마저 붕붕 뜨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이를 갖는 일이란 어찌 보면 러시안룰렛과도 같아서, 나와 집사람 유전자 중 어떤 부분을 닮아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운이 나쁘면(?) 머나먼 내 조상 중 지독히도 성질이 나빴던 누군가를 쏙 빼닮아 나올지도 모를 일. 게다가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이 얼마나 가벼움과는 거리가 먼 일인가. 더군다나 그 생명이 '엄마, 나 낳아줘.'하고 부탁할 리도 만무하지 않은가. 아이를 낳는 일은 오로지 내 바람, 내 욕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더욱이 한 번 낳아 놓으면 리필도 반품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의 이런 이성적 사고의 기저에는 인간으로서 물리치기 힘든 본능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처럼, '나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다.'는 욕구가 활동기를 맞아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었던 거다. 게다가 그 '일'이 드디어 찾은 내 적성에 꼭 맞는 일이라니,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가 힘들다. 사람은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내게도 한 없이 사랑을 주고 또 받고 싶은 누군가를 만날 시기가 찾아온 걸까. 이런 사심 어린 욕심으로, 순전히 내 바람으로 새 생명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태어날 누군가에게 미안하면서도 동시에 이것이 생명 순환의 법칙이며, DNA에 새겨진 명령에 따르고자 하는 게 죄는 아닐 거다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제 찾아올지, 누구일지 모르지만 마음껏 사랑하며 길러내고 싶다. 내게 그런 기회가 찾아올까. 만약 찾아온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귀히 여기며 평생 잘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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