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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른도로시 May 01. 2023

나부터 먼저 웃는다면 세상이 바뀔지도 몰라


 문자 오는 소리가 들리길래 폰을 열어 확인했다. 동네 카페에서 온 이벤트 문자였다. 

음료와 빵을 14000원 이상시 키면 조각 케이크를 하나 준단다. 빵 좋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는 사람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부리나케 카페를 향해 뛰듯이 걸어갔다. 


 근로자의 날이라서 일까, 쿠폰의 영향 덕일까 점심시간을 훌쩍 넘었음에도 카페 안은 사람으로 북적댔다. 같이 오기로 한 신랑이 일이 생기는 바람에 14000원어치를 미리 다 시킬지 말지 고민을 좀 했다. 내가 먹을 메뉴도 고심해서 골랐다. 그러느라 한 두 가지 질문을 좀 했더니('아이스크림 위에 시럽이 올라가는 건가요?' '일행이 오기로 했는데 쿠폰을 쓰려면 미리 시켜야 하겠죠?') 직원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는다.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이다. 내 마음속에서 실시간으로 기분 상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예전에 선결제한 건을 쓰려고 영수증을 내밀었더니 직원이 당장이라도 한숨을 쉴 것 같은 표정으로 "영수증 안 들고 오셔도 돼요."라고 말한다.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저렇게 퉁명스럽지? 억울한 마음이 샘솟는다. 따지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걸 꾹 눌렀다. 그의 자세를 보니 카운터에 두 팔을 얹은 채로, 서 있는 게 아니라 거의 기대 있는 느낌이었다. '많이 피곤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이벤트를 하는 데다 근로자의 날이기까지 하니 얼마나 손님이 많았겠어.'싶었다가 도 '그렇다고 저렇게까지 티를 낼 건 뭐람?' 하는 생각에 화가 불쑥 치밀어 올랐다. 이랬다 저랬다 참으로 갈피를 못 잡는 내 마음이여.


 약간 침울한 기분으로 주문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바로 맞은편에 볼이 통통한 아기 하나가 보였다. 아이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옥시토신이 올라와서 기분이 좀 가라앉은 김에 좀 전의 사건을 되돌이켜 보았다. 우선, 직원의 태도에 기분 나빠해 봤자 내 손해일 뿐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괜한 사람한테 화풀이하는 듯한 그의 태도는 분명 흠잡을 구석이 많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몸이 힘들면 감정 조절을 평소보다 잘하지 못하는 법이다.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영수증을 굳이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한 건 나름의 배려였을 수도 있다. 배려도 뭣도 아니고 그저 선결제 후 자꾸만 영수증을 들고 와서는 똑같은 질문을 천 번쯤 해대는 손님들이 꼴 보기 싫어서 일 수도 있지만, 직업 정신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내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여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의도가 어찌 됐든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니까. 


 나는 그의 얼굴에 떠오른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에 바로 영향을 받았었다. 덩달아 기분이 안 좋아졌고, 아무 죄도 없는 나한테 왜 그런 태도를 취하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만만했었다. 따지지 않고 그냥 넘어간 건 잘한 일이다. 내 기분과 그 사람 기분이 상할 일을 둘 다 막은 셈이니까. 두 팔을 크로스해서 스스로를 좀 토닥여주고(토닥토닥). 남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라도 먼저 웃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거울 신경 얘기까지 하지 않더라도, 몇몇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인간이란 타인의 감정에 쉽게 영향을 받는 동물이란 건 주지의 사실이다. 나부터 웃고, 나부터 친절할 것.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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