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 안방에 격리되어 과거를 추억한다

by 다이앤


대도시에서 일하고 부지런히 다닐 때에는 잘도 빗겨갔는데 모처럼 주말을 맞아 방문한 고향에서 덜컥 코로나19에 걸려버렸다.


수업이야 비대면으로 다 돌리거나 미루면 될 일이고 부모님께서 삼시세끼 밥도 잘 챙겨주시는데, 이게 몸이 힘들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꽤 곤란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더니 맞는 말이었다. 약 기운에 취해 잠인지 현실인지 그 경계에서 분별 없이 있고, 하루 하루 무가치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꽤 힘들었다. 2, 3일은 침대에 누운 채 아주 빠르게 흘렀다.


5일차쯤 되니 조금씩 기운이 생겨났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문득 본가에서 일 주일 넘게 머문 것이 아주 오랜만이구나, 싶었다. 부모님하고 여행을 가서 며칠 붙어있는 적은 있어도 본가에 열흘 정도 있은 지는 십 년도 더 되었다.


-


내가 백일이 갓 지났을 때 이 집에 이사왔다고 한다. 아버지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사택으로 한 동짜리 신축 아파트였다. 그러다보니 그때 입주하는 이들 중에는 젊은 부부와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이 많았는데, 나는 가장 어린 막내였다고 한다.


그렇게 이사 한번 없이 나와 오빠는 이 집에서 스무살을 맞이했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바로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그 후로는 계절마다 한번씩 오기도 하고, 내가 부산에서 차가 생겼을 때는 2, 3주마다 한번씩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도 길어가 사나흘이었다.


오늘은 아침에 늦게까지 잠에 취해 있는데, 아침에 엄마 아빠가 도란 도란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10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빠가 퇴직한지 벌써 4, 5년이 되어 가는데, 이 아침에는 예전처럼 출근하던 아빠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잠들어있고 7시쯤 제일 먼저 아빠가 출근한다. 현관에서 신발 신는 소리가 나고 엄마가 “다녀 와요.”라고 인사한다.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복도를 걷는 아빠의 조용한 발자국 소리가 이어서 난다. 때로는 나도 후다닥 일어나 배웅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 소리를 평화로운 배경음악 삼아 좀 더 자려고 눈을 감기도 한다. 그 소리가 참 안정적이고 따뜻했구나, 십 년도 더 지난 지금에 와 생각한다.


아주 오랜 시간 지속되었던 이 일상이 지금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 사이 부모님은 모두 환갑이 넘었고 나와 오빠는 30대 중반이 되어간다. 그렇지만 잠결에 우리 가족은 그 시절 그대로였다. 소중한 기억들을 기억하는 한 우리는 현재에도 그 순간을 경험하는 게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눈물 젖은 마이크를 써본 적 있는 사람만이 어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