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좁은 방 안에 생명체라곤
어느새 자취 5년 차가 되었다.
인천에서 쭉 살던 나는, 수원을 거쳐 현재는 서울에 정착하여 자취 5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삶의 대부분을 철저히 계획적으로 살던 내가 아마 처음으로 갑작스레 결심하게 된 큰일이 바로 자취, 독립이 아닐까 싶다. 자취를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 보자면, 일단 대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할 것 같다.
대학을 다닐 때에도 '나는 어차피 드라마 작가를 할 거야.'라고 단정 짓고, 영화나 시나리오 관련된 수업만 골라 들었다. 그러면서 학교 도서관에 갈 때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처박혀 공부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안쓰럽게 여기기까지 했는데, 막상 졸업할 때가 다가오니 마음이 아주 초조해지고 불안함이 커졌다.
어느 날은 공대 학생인 것처럼 보이던 한 남자가 도서관 앞에서 'SK하이닉스? LG전자? 어디로 갈지 모르겠네. 그냥 외국계 쪽으로 빠지고 싶기도 하고.' 라며 통화하는 내용을 들으며 왜인지 모르게 작아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루하루 고민 걱정 속에 빠져 살면서 겉으로만 여유로운 척하는 찌질이었더랬다.
결국 졸업 유예를 하고, 집 근처 노브랜드 매장에서 1년 가까이 일을 했었는데 나름 일을 괜찮게 했었는지 점장님과 매니저님들이 정직원 면접을 보라며 몇 번 권유를 했었다. 대기업 계열사이니 정직원이 되면 이런 복지가 있고 저런 복지가 있고...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글쎄, 딱히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다닐 이유가 없을 것 같아 그만두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다. (가끔씩 '그때 내가 직원을 했더라면... 지금쯤 점장이 되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다 ㅎ)
글 쓰는 것 외에 그래도 나름 외식업 쪽에 관심이 많던 나는,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던 한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내가 면접을 볼 당시에는 1개의 매장만 있었지만, 점차 많은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기에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 위치가 수원이었다. 내가 살던 곳은 인천이었는데, 대중교통으로 편도 시간만 3시간이 걸렸다. 도저히 다닐 수가 없는 거리이기에, 나는 자취를 결심했다.
작은 것 하나를 결정할 때에도 수없이 고민을 반복하는 내가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결정했다. 부모님도 그런 나를 의아해했지만, 그래도 딸이 처음으로 회사에 취직하여 일을 해보겠다는 모습에 기분이 좋으셨는지 내가 마음 가는 대로 알아서 하라고 편하게 해 주셨다.
그렇게 수원에서,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동네에서 혼삶이 시작되었다. 한 번도 가족 곁을 떠나본 적 없었는데, 가족도 친구도 아무런 지인도 없는 곳에서 자고 일어나고 생활하는 삶이란... 겁이 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던 것 같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현관문 밖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와 말소리들에 흠칫흠칫 놀라던 시절을 거쳐 이제는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게 더 불편할 정도로 혼자 생활하는 게 편해졌다.
오히려 지금은 늦은 밤에 모든 불을 끄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너무나 고요하고 적막한 느낌에 우울해질 때도 있곤 하다.
핸드폰 불빛에 날아든 초파리를 인상을 찌푸리며 쫓아보던 어느 밤엔, 결국 근처 벽에 앉아버린 놈을 보며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 같이 잠들고 깨는 존재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정말 어이없게도.
헛웃음을 지으며 '식물이라도 키워볼까' 생각하며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