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식물에게도 위로를 받고 있다."
새로운 길 한 번 걸어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새 집을 구한 날
공항 근처에 있는 한 식물 판매점에서
스투키를 구매해 집 티비옆에 두었다.
무슨 심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식물 한 번 길러보면서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한 듯하다.
그렇게 집에 두고
매번 그렇듯 가득 찬 포부로 새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또한 매번 그러하듯
수많은 고뇌와 새벽
또다시 잃어가는 어느 한 곳의 불꽃을
나는 이 공간에서 버텨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옆에서 나지막하게 있던
스투키에게 처음의 다짐처럼의 관심을 주지 못했다.
그러다 오늘 새벽
거의 두 달을 물을 전혀 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혼자 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스투키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나를 원망할 법도 하나
밑에 흙이 약간 묻은 걸 보니
묵묵하게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다
묻은 먼지 조금 닦아내 주었다.
생각해 보니 이 녀석
내가 힘들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무기력한
못난 모습 다 봐놓고
자기 집에다 데려놓고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미운 모습 다 봐놓고서는
떠나지도 않고
꿋꿋하게 나와 함께 있어 주었다.
식물이니 당연한 것이 아니겠냐 하겠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이 어디 있을까.
아무렴. 당연한 것이 어디 있을까.
난 지금 식물에게도 위로를 받고 있다.
오늘은 해가 이미 졌으니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언젠가 다른 스투키를 만날 사람들에게 한 마디 전하는 것으로
한 번의 사죄를 정리하려 한다.
오늘 아침 해가 뜨면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곳에서
물 한 번 주어야겠다.
그리고 내 어머니와 여자친구에게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곳에서
전화 한 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