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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하게 박희도 Dec 14. 2023

박희도 일상 에세이 12편

'징징이가 느낀 사랑은'


옛날 즐겨보던

'스펀지밥'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이겠지만,

나와 같은 세대에서는(80~00년생)

더욱 즐겨보던 만화였으리라 생각한다.


요즘에도 종종 유튜브에 올라와서

심심할 때 찾아보기도 한다.


지금 봐도 재밌는 것을 보면 

그래도 아직 약간의 동심은 내게 남아있나 보다.


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사 간 징징이'편인데,


본 사람은 어렴풋이 기억이 날 테고

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모르겠지만

유튜브에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으니

한 번 찾아보면 좋겠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징징이가 자신을 너무나 귀찮게 하는 이웃(스펀지밥과 뚱이) 때문에

자신과 같은 오징어들만 사는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된다.


처음 징징이가 그 마을에 갔을 때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자신과 성향이 맞는 사람들

취향 맞는 취미가 가득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자신을 귀찮게 방해하는 사람이 없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징징이는 완벽한 일상을 보내며

점점 권태와 무료를 느끼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의 고민이 든다.


왜 징징이는 권태와 무료를 느꼈을까?

왜 완벽한 곳에서 우울을 느꼈을까?


그 이유는 이후의 징징이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징징이는 우울감에 벤치에 앉아 있던 중

스펀지밥과 뚱이가 가지고 놀던 청소기 소리를 듣고

그들이 있는 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쳐다본다.


'스펀지밥?'


하지만 그곳엔 자신과 성향이 같은

어느 한 마리의 오징어가 청소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징징이는 그 오징어가 두고 간 청소기를

스펀지밥과 뚱이처럼 가지고 놀다가

결국 다른 오징어들에게 미움을 받고 

청소기로 날아서 그 마을을 떠나게 된다.

(스펀지밥과 뚱이가 사과하러 찾아온 줄은 몰랐다.)


결국 평소에는 귀찮게만 느껴지던 

스펀지밥과 뚱이를 비롯한 친구와 이웃들은

자신과 맞지 않고, 그저 짜증 나게만 하는 존재였지만


이들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사랑하던 가치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린 어떨까.


너무 당연해지다 보면, 귀찮아질 때가 있고

지금 사람보다, 지금 환경보다

더 완벽하고 날 행복하게 만들어줄

어느 파라다이스가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과 존재와 사랑을 놓쳐버리고 

다른 곳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사랑. 너무나 소중해서

우리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들어졌다.


사랑. 너무나 소중해서

우리가 평생 그 의미를 완벽하게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랑. 너무나 소중해서

항상 우리 옆에 숨죽이며 우리가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어릴 적 나의 추억이 된 만화에서

나는 또다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간다.


아무리 완벽해도

사랑이 빠져버리니

완벽하지 않았다.


만화를 본다는 건 어쩌면 유치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만화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또 그것이 사랑이라면.


굳이 어른이 되어 만화를 보지 않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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