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혼
첫 번째 이야기.
사랑을 많이 받았던 아이는 어떻게 외로움을 배우게 되었을까
나는 사랑을 참 많이 받으며 태어났다.
집안의 첫 손녀, 장남의 딸.
아빠는 삼형제 중 첫째였고, 우리 집엔 여자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핀도, 공주 치마도, 장난감도 넘치도록 받았다.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안다.
어디서든 중심에 있던 나, 예쁨받는 게 당연했던 아이.
두 살 터울의 남동생도 있었다.
어린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늘 내 옆에 있었던 동생이 나를 챙기고 따랐다고 했다.
기억은 흐릿해도 분명한 건, 나는 그 시절 웃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언젠가부터 기억이 달라졌다.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이사 가자"고 말했다.
새 집엔 번쩍이는 소파와 커다란 TV, 어른스러운 책상들, 그리고 가정부 아주머니가 있었다.
하지만 그 집엔 아빠가 없었고, 낯선 아저씨가 자주 들렀다.
7살쯤이었을까.
어느 저녁, 네 식구가 거실에 둘러앉아 있었다.
“너 누구 따라갈래?”
그 말이 내 인생을 나눴다.
그게 부모님의 이혼이었다.
나는 아빠의 손을 잡고 할머니 댁으로 갔다.
언젠가부터 내가 받던 사랑은 점점 줄어들었다.
할머니는 술자리가 끝나면 아빠에게 전화해 울먹이며 말했다.
“니 딸 좀 데려가라…”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나는 ‘새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다.
그는 날 반겨주지 않았다.
방학 숙제를 들고 가면 “이런 건 좋아하실 거야”라며 대신 해주셨지만, 정작 나와 대화는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나는 학교에 잘 다녔던 걸까.
새할아버지가 나중에 “무릎 꿇고 사정해서 학교 보냈다”고 했지만, 정말일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친구도, 웃음도 없던 시절이었다.
매일 혼자서 놀았고, 매일 혼자서 잠들었다.
사랑받던 나는 어느새 방 한켠에서 조용히 숨 쉬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 아빠가 날 보러 왔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너무 기뻤다.
하지만 그의 옆엔 다른 여자가 있었다.
“어머, 너가 희영이구나~”
그녀는 내게 공주 옷과 과자로 가득 찬 커다란 상자를 안겨줬다.
너무 과분한 친절, 너무 낯선 온기였다.
그날 밤, 우리는 한 방에서 잤다.
가운데 내가, 양 옆엔 새엄마와 아빠.
나는 너무 일찍 눈을 떴지만, 낯설고 무서워서 움직일 수 없었다.
소변이 마려워 참다가, 결국 이불에 실례를 했다.
새엄마는 말없이 내 옷을 갈아입히고, 내 몸을 닦아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빠와 그녀는 또다시 나를 두고 떠났다.
나는 그렇게 또, 혼자 남았다.
말없이, 조용히, 익숙해져갔다.
누군가 나를 보러 올 수도, 다시 떠날 수도 있다는 걸.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외로움을 배우기 시작한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한 나에게]으로 브런치 북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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