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ummer

EP03.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을 담당하기

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 까지 재미있게 살기

by 란트쥐


Tschüss! Bis Morgen ~

-츄스 비스 모르겐, 안녕 내일 봐 - 하고 인사하고 퇴근하면 그때부터 조금씩 활기가 생기고 살아난다.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무려 독일어!) 말고는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독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유학을 와서 어학부터 학사, 석사를 마치고 났더니 딱 독일 생활 10년 차가 되어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자신도, 독일에서 취직을 해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10년 만에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무소속감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우여곡절 끝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이 한 문장 안에 녹아있는 그 몇 달의 시간은 지금도 일하러 가기 싫다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일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회사 앞 흔한 뷰 1




첫 출근을 하던 날 부서에 Julia -독일어로 율리아- 가 셋이나 있었고, Christian이 둘이 있었다.

지금도 많이 다르지 않지만 외국인들의 이름은 외우기 어렵다. 회사 물류센터까지 싹 돌아서 인사와 소개를 받은 다음 자리에 앉아서 우선 근처에 앉은 동료들 이름을 한글로 또박또박 써서 자판아래에 숨겨 두었다. -이 종이를 버리는데 한 달이 걸렸다- 안타깝게도 나는 눈에 너무 띄는 동료인 데다 이름도 너무 짧아서 (!) 상대적으로 상대방이 내 이름을 쉽게 외운다. 이름을 못 외워서 미안해.



나는 독일의 가족회사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8년 전에 -10월 초- 지금 회사에 입사를 했는데, 그때도 지금도 사무실동에는 동아시아인이 나 하나다. 아시아인이 많지 않은 독일 시골에 있는 여느 회사와 같이 적은 수의 아시아계 직원들 중 유일한 한국인 1인을 담당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가끔 내가 한국어 감탄사를 말해도 그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고, 가끔은 그들의 문화 공감대를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


지금은 개편되었지만 원래 있던 부서는 여자가 훨씬 많은 여초부서였는데 -회사전체로 봐도 여초회사- 그래서 간식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잼을 만든 김에 케이크를 좀 구워봤어, 시간이 좀 남길래 케이크를 구웠어, 아이 생일이라 케이크를, 머핀을 구웠어하고 케이크나 머핀을 가져오기도 하고 자기 생일에도 직접 케이크를 구워서 가지고 왔다. 내가 겪은 첫 독일 회사 문화였는데 신선하면서 가깝지 않은 동료와도 스몰토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입사했을 때 보다 회사 직원이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지금 사내에는 22개국의 직원들이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인종차별을 심하게 받아서 신고할 일은 없었지만, 22개국 중 1개국 1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끔 서운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 누가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눈치를 주는 건 아니지만 내 나라가 아닌 외국인으로서 남의 나라에 사는 사람이 느끼는 그런 감정인데 이 감정을 어떻게 소화해 나가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우리 회사는 트렌드에 발맞춰 6시부터 9시 사이에 출근을 하면 되고 15시부터 퇴근을 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로, 나는 보통 7시에서 7시 10분 사이에 출근을 하고 16시가 조금 넘으면 퇴근을 하는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이른 출근을 하는 게으르고 싶어서 아침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한국인이라 부지런하다 일을 열심히 한다라고 생각을 하진 않지만 적어도 한국인은 게으르고 일을 못한다 하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고 있다.


회사엔 나 혼자 한국인 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과 내 태도, 행동이 주변 동료들에게 한국인인은 저렇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물론 내가 한국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 그 사람의 나라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회사는 한국회사와 일을 하지 않고, 한국이 내가 일하는 업계에서 큰 시장이 아니라 물건이 수출되지도 않는다. 회사 동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한국인 동료로서, 한국 이미지를 위해 한국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주입식 교육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내 자리에서 보이던 물류센터와 아우토반, 얼마 전에 다른 쪽 창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한국인. 그중에서 어디에도 있는 한국인을 담당하며 살고 있는,

가끔 외롭고 조금 재미있고 종종 행복을 찾는 독일 시골 외노자의 삶을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회사 앞 흔한 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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