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환자가 코로나19를 만나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by 희우

"선생님, 만약 전쟁이 나면 저 같은 투석환자는 얼마 못가 죽겠죠?"

얼마 전 병원에서 간호사 선생님과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투석을 해야 하니까 도망을 갈 수도 없고, 투석액 배송이 중지되거나 병원이 문을 닫는다면 나는 그냥 죽겠구나. 총에 맞아서도 아니고 구타를 당해서도 아니고, 단지 투석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내게 해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죽겠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폐렴이 사람들을 죽여나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야생 동물이 인간에게 복수하는 것이라고도 하고, 한쪽에서는 중국인의 위생 관념을 탓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해열제를 먹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세 번째 확진 남환자를 탓한다. 중국에서만 하루 만에 42명이 사망하면서 1월 31일 현재, 213명의 사망자와 9692명의 확진자가 생겼다. 존스홉킨스 자료¹*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는 9776명이 우한 폐렴에 감염되었다. 지리적으로 중국에 인접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상에 불안이 만연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초미세먼지 경고가 떴을 때에도 잘하지 않고 다니던 마스크를 많은 사람들이 착용했다. 심지어는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란이 나기도 했다.


나는 안 그래도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서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평소에도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지만 이제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답답해진다. 휴재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무료하고 불안한 상황을 어찌할 수 없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는 손 씻기, 마스크 하기, 물 많이 마시기 등 일반적인 위생 수칙을 거론하면서, 이 몇 가지를 잘 지킨다면 건강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무탈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때에 어떤 마음을 가질까? 그들은 아마 여전히 지옥철인 대중교통을 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 상황 속에서도 할 일들을 해낼 것이다. 하기 싫지만 해내다 보면 노출되면서도 감염되지 않는 경험이 쌓이면서, 불안감도 미약하게나마 줄어들 것이다. 나는 방에 콕 틀어박혀 점점 늘어가고 있는 확진자들을 티비 너머로 계속 지켜본다. 어느새 가슴께가 답답하고 뭉근한 느낌이 든다. 일반 사람들이 가지는 무탈함, 나도 언젠가 그를 가질 수 있게 될까? 지금 당장은 주말에 있을 친한 언니의 결혼식과 글쓰기 수업을 가는 것도 근심스러운데. 잠시 외출하더라도 병적으로 손을 씻어야 마음이 놓이는데 말이다. 건강한 사람들이 몹시 부럽다는 얘기다.


나는 스물여덟이지만, 이럴 때 나를 고작 28개월짜리 아이처럼 느낀다.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돌면 아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듯이 꼭 해야만 하는 일 외의 것은 자제하고 집에 틀어박혀 버린다. 밖에서 돌아오면 어디에선가 묻어있을 세균이 곧잘 나를 휘감을 것 같이 느낀다. 얼굴과 손, 발을 꼼꼼히 씻게 된다. 당신이 소중하고 약한 당신의 아이를 위하여 그렇게 하듯이. 유난이랄 것도 없이.


메르스가 유행하던 때에는 학부 수업을 다니고 있었다. 스테로이드와 면역 억제제를 과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려웠다. 대중교통을 타는 사이, 수업을 듣는 사이에 메르스에 걸리게 될까 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서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사정해볼까도 싶었지만, 졸업은 해야 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메르스 때에도 같았다. 뉴스에서는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에 걸려도 죽음까지 가지 않고 이겨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두려웠다. 나는 죽고야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겨낼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도 58세, 80세 등의 노인들만이 사망했지만 나는 그들과도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몸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나는 숲 속의 불길 속에 놓인 느낌이 든다. 내가 있는 숲의 반대쪽 끝에서 불길은 시작되었고 건강한 사람들은 이 숲에서 달아나고 있다. 나도 나 나름대로의 속도로 달리고 있지만 불길이 날아오는 속도에 비하면 턱도 없다. 불안함이 내 다리를 더 느리게 만들고야 만다.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불길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이번 불길에는 살아남더라도, 다음 불길에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각주:

1. 우한 폐렴의 세계적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

https://gisanddata.maps.arcgis.com/apps/opsdashboard/index.html#/bda7594740fd40299423467b48e9ecf6


2. 최근 이 바이러스의 이름이 정해졌다. 코로나19. 이 글은 명명 전 쓰인 글로, 우한 폐렴이라고 적었음을 밝힌다.

-> 2021.03.19. 특정 지역 혐오 방지를 위하여 제목의 명칭을 '코로나19'로 변경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휴재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