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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우 Jul 03. 2020

어젯밤에 받은 소중한 편지


    어젯밤, 소중한 글을 선물 받았어요.  잊고 지냈던 나의 이야기를 찬찬히 떠올리게 된 메시지였어요. 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타인이, 어쩌면 스스로보다도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만들면서, 글을 써 나아가면서 "내가 아픈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누가 읽어주기는 할까?" 그런 생각들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각자의 고통은 절대적이고, 내가 더 아프다고 뽐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습니다. 병에 대한 위로나 동정보다는 그저 나 자체로 사랑받길 바랐고요.


    제가 너무 마음이 좁았단 생각이 듭니다. 책을 내고 수많은 사랑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상상치 못했던 깊은 마음들입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지금 그 마음들, 고이 간직해서 저도 더 큰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감사해요.


    제가 어젯밤 받은 소중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 공유합니다.





    애기 때부터 자라는 모습을 봐온 선배의 딸이 오래전 대학생이 되어 환한 웃음을 짓고 친구들과 함께 상해로 왔었다. 내어준 방을 아지트 삼아 상해를 누비고 다녔었다. 중국어 전혀 못하면서.


    어느 날 셋이 똑같은 치파오를 사 오더니 (중국에서 치파오를 입고 길거리를 다니는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다음날 차려 입고 동방명주 등 명소를 휘젓고 다녔단다. 어리고 예쁜 여학생 셋이 한국어를 말하면서 치파오를 입고 다니는 모습은 모든 곳에서 중국인들의 시선을 잡았을게다. 동방명주 표를 샀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나와야 해서 그럼 표를 팔지 말았어야 하지 않느냐 중국말도 안 되는데 기어이 따져 환불을 받았단다.


    구 전체에서 유일하게 서울대학교를 들어간 학생으로 기억한다. 학교를 마치고 지하철역에서 전철을 타면 친구들과 잘 가 하면서 손을 흔들고 혼자만 서쪽 방향으로 간다고 했었다. 재학생 압도적 다수가 강남 출신이라는 의미일 게다.


    아버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축을 위해 지방자치제를 뿌리내려야 한다는 신념 하에 중앙정치에 눈을 두지 않고 노동자가 많은 구로지역을 중심으로 기초의원부터 시작했었다. 그로 인한 온갖 고생을 그녀의 어머니가 부담해야 했었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일찍이 부모를 모두 잃고 성한 데가 없는 오빠와 동생을 건사하기 위해 학교 앞에 복사점을 열고 학교와 운동, 사업까지 하면서 대학을 다녀야 했던 그녀의 고단한  인생은 남편으로 인해 계속 이어져야 했다.

    "내가 아마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던 게야"  너털웃음과 함께 계속되는 고생을 이야기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학원 한번 못 보내고 아무 뒷바라지 못했는데 혼자의 노력으로 서울대를 들어간 딸을 보며 얼마나 대견했을지는...


    많은 생각 끝에 정치를 꿈꾸며 전과를 정치학과로 택하면서 학과 역사상 최초의 부녀 동문 기록을 만들었다는 소식까지는 들었었다.


    재작년 동갑인 딸아이의 결혼식에 오지를 못했다.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기에 묻지를 못했다. 이후 신장이 좋지 않다는.. 특이한 유전병을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는데 , 공통점은 무어든지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내려놓을 줄을 모르고.


    상태가 심각해져 신장이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되자 어머니는 13킬로를 빼서 젊은 시절의 미모를 되찾았다. 아버지는 평생을 가까이한 담배와 술을 끊었다. 그러나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대학을 포기하고 이역만리 유럽에서 혼자 자신의 꿈을 준비하던 동생이 결국 부모님의 주저함에도 기꺼이 제 신장을 내어 놓겠다 했던 걸로 들었었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소식을 받았다.

    https://www.tumblbug.com/heewoo

    받고 나서 든 생각은 '하여간'이었다. 그렇게 몸이 안 좋은 와중에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뭐라 말해야 할는지 아버지를 닮아 뭐건 열심히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강박관념 일지 무언지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원한다.

    부모님의 뒤를 이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젊고 건강하며 성실한 정치를 보고 싶다.





*원문은 여기에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seongseok.kang/posts/300744623601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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