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우 Aug 03. 2020

<내 하루는 네 시간> 독자님들께

에필로그 편지

안녕하세요, 독자님. 제 글을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읽는 동안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저와 같이 울고 웃어주셨다면 저는 그저 감사하겠어요.


    오늘은 비가 오는 월요일입니다. 요 며칠 장마로 마음마저 젖어 들어 가라앉는 기분이에요. 독자님은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계신가요? 저는 어제 텀블벅 포장 작업을 모두 마치고, 이제 독자님들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원섭섭한 기분이네요. 조금은 더 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도 들고, 이다음에는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그런 막막함도 들어요. 꼭 써야만 하는, 나를 가득 채우고 있던 이야기들을 마음속에서 꺼내어 활자로 살려두었더니, 가슴 한편이 헛헛한 것 같기도 하고, 박혀있던 가시를 빼낸 것처럼 시원하기도 해요.


    마지막에는 언제나 처음 시작했던 때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완전히 바닥을 마주했을 때였어요. 열망해오던 일을 포기하고, 어쩌면 예전의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때였죠. 그러니까 로스쿨을 포기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던 겨울이었어요.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고민만 거듭했습니다. 그럴수록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공부를 그만둔다고 해서 지나온 나의 삶 전체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그만두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들을 안고 사는 삶이지만, 이제는 그 케케묵은 감정들도 내려놓고 싶었어요.

 

    한 출판사의 에세이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요. 지금껏 달려오기만 했던 나의 인생을,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수업에서,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누구든 꼭 써내려 가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저에게는 그게, <내 하루는 네 시간>을 가득 채운 저의 루푸스 신염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병에 걸린 내 몸을 좋아할 수 없고, 병과 나를 분리할 수 없어 눈물만 짓던 날들을 이제는 그만두고 싶었어요. 병에 걸려도 나는 나로서 살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제 삶에는 쓰인 것보다도 더 웃음 짓는 날도, 더 눈물짓는 날도, 혹은 더 자책하는 날도 많았지만, 여러분께 제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이 긴 이야기를 통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큰 메시지는 아니에요. 저는 제 몸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할 때, 먼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았습니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고 배우고 싶었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꼭 저렇게 살겠다고, 살아남고 말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저는 기억되고 싶습니다. 저의 삶의 모양을 보고, 저와 같이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분들도 희망의 씨앗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병을 겪으며, 또 그 삶을 글로 적어내며 지금 여기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고는 일어나니까요.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얼마큼 잃든, 우리는 가진 만큼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제게도 아직은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와 힘이 되는 것도 같습니다.  우리 그렇게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아가요.


지금까지 <내 하루는 네 시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우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천천히 다시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