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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우 Feb 04. 2022

차곡차곡, 차근차근

2022 새해 다짐, 새로운 나를 꿈꾸며

일상을 빼앗겼다. 2019년 겨울, 첫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이런 문장을 썼다. 몸이 나의 일상을 삼켜버린 때였다. 규칙적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고, 몸이 허락하는 날에만 조금 움직일 수 있었다. 인간의 자유 의지는 나를 비껴가는 것처럼만 보이던 날들.


올해의 나는 빼앗긴 일상을 되찾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요리조리 나를 살핀다. 나는 이제 막 15개월 차 어린이다.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어떤 것은 할 수 없는지, 또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아채기 위해 겁 없이 무엇에든 덤벼들어야만 할 시기. 새로운 나를 잘 키워내고 싶어서 나에게 딱 맞는 육아 비법을 찾기 위해 눈을 굴린다.


새해가 돌아올 때마다 김진영 선생님의 <아침의 피아노>를 읽는다. 코끝이 시린 겨울 아침, 생의 끝에서 적어 내려간 단상들을 고요히 마주하고 있노라면 어쩐지 잘 살아내고 싶어 진다. 내게 남은 날들을 감히 헤아려보고 오늘 하루에 집중하게 만드는 문장들. 그중에서도 이 문장을 좋아한다.

아침. 다시 다가온 하루. 또 힘든 일들도 많으리라. 그러나 다시 도래한 하루는 얼마나 숭고한가. 오늘 하루를 정중하게 환대하기.


매일 기분 좋게 아침을 맞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사무치게 알아버린 나는 오늘 하루를 정중하게 대하리라 다짐한다. 올해의 목표는 '일상'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뭐 이런 것까지 목표를 세워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지만. 목표를 세우지 않고는 더 불안해지는 나인 걸 알기에 이것이 나의 목표임을 공언한다.


차곡차곡, 차근차근 일상을 쌓아가야지. 오래 미뤄두었던 몸과 마음을 그대로 마주하고 싶다. 지나온 경로에 기대지 않고, 다시 갈아 끼운 새하얀 도화지에 나를 그려 넣는다. 새로운 나는 어떤 색과 선을 가진 사람이 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요즘에는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를 쓴다. RPG 게임에 빠져 너무 무기력하던 때에 나의 마음을 잡고자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어 내려 가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 진짜 내가 담겨 있었다. 요즘 하는 고민, 아침의 컨디션, 지난밤 깊게 잠들지 못한 이유. 그런 것들이 글로 구체화되면서 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었다.


내가 발견한 강력한 명제는 저녁밥 소화가 다음 날의 몸 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속을 덜어낼수록 컨디션이 좋아진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더할 줄만 알고 덜어낼 줄은 모른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모닝 페이지를 쓰고, 오전 독서로 영감을 찾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잠시 쉬다가 요가를 한다. 심지어 이마저도 체크리스트에 쓰여 있다. 체크리스트가 없는 일상을 살고 싶다고 말해놓고선.


체크리스트가 없이도 편안하고 자유로운 일상을 기대한다. 나와 만 28년을 함께했는데도, 나를 너무 몰랐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심지어는 알아채려고 한 적도 없었고, 홀대해오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을 꾸준히 알아챌 것이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다시 모닝 페이지를 쓰고, 아침 책을 읽을 것이다. 아! 누가 아무것도 안 하고 즐겁고 편안한 법을 알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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