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킴(Paul kim)-이별
스무살 쯤이려나
신촌 부근의 작은 지하 카페에서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폴킴이라는 가수의 공연을 갔더랬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었지만 여전히 추웠던 그 때,
나는 서울살이를 앞두고 약간의 설렘과 비할 데 없는 그리움을 앓아대는 중이었다.
공연 마지막 쯤, 제목도 모르고 흘러나온 것이
이 음악, 이 노래였는데
목소리가 은은하게 감돌았던 탓인지,
낯선 관객들이 갑자기 따뜻한 털뭉치처럼 느껴졌기 때문인지 잘도 참아왔던 눈물이 받칠 것도 없이 펑펑 흘렀다. 낮은 조도를 가진 어둑한 조명들이 그렇게나 다정하고 고마웠다.
좀처럼 기다려도 음원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오늘 이렇게 꿈처럼 선물처럼 등장해주었다.
그러니까 내게 이 노래는 익숙한 곳과 그 곳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낡고 바랜 스위치다. 단촐한 한글로 표현하면 기억의 성냥개비쯤 될까.
공간적으로든 시간적으로든,
그게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익숙한 이들을 떠나오고 떠나보낸 이라면 아릿한 코 끝을 시큰하게 참아야했던 순간이 꼭 하나쯤은 몸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텐데, 그 모든 이별에 담담해지는 걸 배우면 좋겠다. 메말라서 무뎌지는 것 말고 힘들고 애써가며 끝까지 담담해지는 것.
사 년이 흘러도 오늘은 여전히도 겨울이고
꼭 이 노래만큼 불현듯 선연해진 헤어짐은 있으니까 말이다.
요즘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매일 시인을 만나는데
우리를 살렸던 오래된 노래와 글, 모든 예술은
울음 없이 울고, 팔 없이도 어깨를 감싸줄 수 있음을
또 한번 감탄하고 기쁘게 아로새기는 중이다.
나도 뭔가가 되면 좋겠다. 별 거 없으면서도 나름대로의 별 것들을
켜켜이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