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에서 내가 느낀 것
혼자 있을 땐 함께이고 싶은데
함께 일 때는 혼자가 간절해지는 밤에
낯선 곳에서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저 멀리서
철로를 달리는 기차 소리를 들었을 때
환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도
풀어낼 감정들을 고민하고,
나는 감히 양심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이 되는 것
아주 먼 길을 돌아왔으면서도
아주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길목에서
문장의 끝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을
어떤 세기 속에서 찾아야 할까를 헤아리다
새 집을 고를 때의 마음처럼
녹이 슬지 않는 비석으로 죽음을 장식하면 어떨까
나는 한층 강물의 물결이 되고
한 선교사의 묘비에 적힌 문장을 띄웠다
'Until the day dawn'
위로라며 믿고 싶은 밤은
꼭 지금만이 아니었던,
어린 날의 방 한칸에도
늘 웅크리며 살아내고 있었던
스무살의 아이
지금도 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