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Feb 16. 2018

미워서 그런 게 아니었어요

사실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명절때마다 엄마가 일을 하는 게 기쁘지가 않았어요

시대는 접속사로 변하는데

아직도 미련과 억척을 익히고 사는 엄마는

왜 자꾸만 애처로워요


언젠가 흘러가듯 했던 말을 기억해

좋아하는 지도 몰랐던 음식을 하나, 둘 차려주는 무릎이 보여요 퍼런 물이 차오른 두 뼘 무릎이



현관문을 나서면 어깨를 피지 못하는 나는

한 때 단단히 마음 먹었어요

접속사로 변하는 세상에서 더는 사랑받을 생각은 말자고

눈물이 날 땐 이 악물고 구멍난 곳곳을 실밥으로 기웠어요


엄마의 다정함 앞에 화를 낸 건 다 예쁨을 받아 본지 오래되어서 그랬어요 너무 오래 잊고 있던 감촉이라 집에만 오면 낯이 설어서 그랬어요

이유 없는 사랑에 꽃 피워낼 자신이 없어서 그랬어요



두 번 사랑을 줄 때 닫힌 마음을 열어볼까 용기내고

 번 사랑도 줄 때 꿰맨 실밥 풀어보기로 했어요

 이상 차가운 어른 하지 않고, 사랑을 받고 쓰다듬을 기다리는 멋진 아이를 살려내자고 했어요


나를 사랑하는 엄마와 엄마를 사랑하는 나를 똑같은 크기로 사랑해 주자고 두 발 우뚝 섰어요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서 

커피를 마시러 나가자고 해요


고맙다는 말을 말을 못해서

밝은 옷을 입고 가시라고 해요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서 

카메라를 켜요


한 모금 들이키는 엄마를 제일 예쁜 구도로 찍어요



머그잔을 마주잡을 때마다

나는 다시 사람이 될 거고, 물렁한 반달눈을 가질 거에요

응석을 알아주시니까 여전히 눈물도 있는 걸요



이십 년 전도

십 년 전도

지금도

여전히 다정하신 것처럼요








작가의 이전글 나는 잠드는 데도 힘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