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명절때마다 엄마가 일을 하는 게 기쁘지가 않았어요
시대는 접속사로 변하는데
아직도 미련과 억척을 익히고 사는 엄마는
왜 자꾸만 애처로워요
언젠가 흘러가듯 했던 말을 기억해
좋아하는 지도 몰랐던 음식을 하나, 둘 차려주는 무릎이 보여요 퍼런 물이 차오른 두 뼘 무릎이
현관문을 나서면 어깨를 피지 못하는 나는
한 때 단단히 마음 먹었어요
접속사로 변하는 세상에서 더는 사랑받을 생각은 말자고
눈물이 날 땐 이 악물고 구멍난 곳곳을 실밥으로 기웠어요
엄마의 다정함 앞에 화를 낸 건 다 예쁨을 받아 본지 오래되어서 그랬어요 너무 오래 잊고 있던 감촉이라 집에만 오면 낯이 설어서 그랬어요
이유 없는 사랑에 꽃 피워낼 자신이 없어서 그랬어요
두 번 사랑을 줄 때 닫힌 마음을 열어볼까 용기내고
세 번 사랑도 줄 때 꿰맨 실밥 풀어보기로 했어요
더 이상 차가운 어른 하지 않고, 사랑을 받고 쓰다듬을 기다리는 멋진 아이를 살려내자고 했어요
나를 사랑하는 엄마와 엄마를 사랑하는 나를 똑같은 크기로 사랑해 주자고 두 발 우뚝 섰어요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서
커피를 마시러 나가자고 해요
고맙다는 말을 말을 못해서
밝은 옷을 입고 가시라고 해요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서
카메라를 켜요
한 모금 들이키는 엄마를 제일 예쁜 구도로 찍어요
머그잔을 마주잡을 때마다
나는 다시 사람이 될 거고, 물렁한 반달눈을 가질 거에요
응석을 알아주시니까 여전히 눈물도 있는 걸요
이십 년 전도
십 년 전도
지금도
여전히 다정하신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