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를 생각했던 밤
아직은 잠을 내려주지 않을 건가봐
해야 할 일을 했지만,
아직 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 그런가봐
불빛을 가리고
소음을 외면하고
알람을 맞추고
그래도 안되겠으면 수면제를 먹는다는 사람들 생각도 해보고
한때는 그런 밤 있었는데
벽을 보면서 자도
반짝이는 그림자 놀이를 하던 밤
그래도 한 번 더 힘을 내서
심호흡 열 번-
눈을 감고 온 힘을 빼면
나쁜 말 할 사람 아무도 없고
긴장해야 할 목소리 이젠 안들려
거울도 비추지 않고 잠을 자고 있대
뾰족한 모서리도 가구들이 무사히 감싸 안아주고 있대
피를 타고 흐르는 위로의 농도
발끝에 퍼진 나른한 기운들
이제 여기는 곱씹고 떠올리는 곳 아니라 아물고 차오르는 곳
잘 자, 자는 동안 푹 아물어
내일 다쳐서 돌아와도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그때 다시 찾아주면 되는 거야
전설처럼 오래,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