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Apr 13. 2020

10. 빛나는 너에게

나의 소중한 친구, 나의 소중한 사람

"이번에는 다를 거야, 

우리가 숨긴 종이쪽지를 찾아오렴.

그럼 거기에 적힌 보물을 줄 거란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출발해.

너와 나는 항상 그다음이었지.



엉거주춤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을 털고

가장 먼저 눈길이 닿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친구들을 따라가.



이건 모두의 행진이래, 

나의 걸음이 다음의 너에게는 등불이 될 거래.



노을 속으로 먼저 떠났던 아이들은

숨겨놓은 보물을 찾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째서 내 눈에는

하얗고 빛나는 종이가 보이지 않는 건지,

식은땀은 흐르고 두 발은 떨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우연히 너를 본 거야,

나와 같은 표정으로

외로운 행진을 하고 있던 너를.



저녁 어스름은 찾아오는데

보물을 찾지 못한 숲길에서

내가 만난 유일한 희망이 너였다면,



그런 너를 만남으로써 

나는 너무 빠르지 않아도,

늘 처음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배웠다면



우리가 찾은 이것도 

보물이 될 수 있는 걸까?




동정하는 눈빛, 

무심코 던진 화살 같은 말.



그런 건 다 아무것도 아니야.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살아왔으니



불운들이 찾아와도 

고개 들고 계속해서 살아갈거야. 



서로가 서로에게 만들어준

이 실낱같은 거처가

나의 마지막 남은 보물이라고도

너에게 말해줄거야.


흙투성이가 된 줄 도 모르고 달려온 시간들.

도망친 다음 날에도 결국 돌아온 밤들.


그 시간들을 기억하는 한

이번에는 다를 거야, 

누군가 숨긴 종이쪽지는 찾지 않고

나의 체온은 누군가의 온기가 될 거야.



이 작은 꽃이 그냥 꽃이 된 게 아닌 것처럼

너는 내가 만난 친구들 중

가장 빛이 나는 사람이야.



보물을 찾지 않은 그 아이들

다시 만나 웃을 날

꼭 올 거야.



그 좋은 날 꼭 올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09. 코로나가 거셀수록, 봄은 따뜻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