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에 있었을 때, 무거운 물건을 들고 4시간을 오르내린 적이 있다. A4 한 박스 또는 두 박스 정도 되는 무게의 물건들을 10분에 한 번씩 들고 5층의 계단을 올랐다. 지금도 잊지 못할 만큼 힘든 날이었다.
택배 기사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나의 몸을 스스로 혹사하고 있다는 슬픔. 잠을 잘 수가 없는 목과 허리의 통증.
택배 기사 한 분이 또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쿵 했다. 나도 너무 힘들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얼마나 힘들고 막다른 길에 몰리면, 인생보다 작은 직장에 얽매여 죽음을 택하는 걸까.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택배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아예 안 하면 좋지만, 그래도 일단은 줄여보는 것으로. 물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소비가 줄면 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그건 그들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그런데 내가 강한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을 경험했을 때 느낀 것은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었다. 나는 밤마다, 아침마다 제발 일거리가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몸을 내가 지킬 수 있도록 조금은 편안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매일 그 생각으로 동료를 만나고 나를 달랬다.
집 앞에서 생수를 직접 사서 들고 왔다.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해서 놀랐다. 솔직히 생수를 옮긴 적이 별로 없어서 너무 무거웠다. 그래도 최대한 허리가 상하지 않는 자세로 힘을 썼다. 마음은 가벼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해도 되는구나, 창피하기도 했다. 생수나 생필품 같은 건 이렇게 혼자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집에 데려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택배를 시켜야 하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내 나름대로는 노력해 보고 싶다. 언젠가 택배 기사들이 건강한 신체를 지키며 일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건강검진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하고 건강 고위험군으로 판단될 경우 회복될 때까지 집배송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물량 축소를 권고할 예정이라 한다.
조금 이상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은 내가 학부생이던 시절 산업 간호에서 배운 내용 그대로라는 거다. 꽤 오래된 서적이었던 것 같은데, 현실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얼마나 미루어 왔던 걸까.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눈여겨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