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파키스탄 여행 (1)

망한 환전과 낯선 땅 그리고 화려한 트럭들

by Paratha

# 여행은 언제나 변수와 함께

복잡 다양한 일들이 넘치는 현생 때문에 사실 여행 전날에 와서야 배낭을 꾸렸다.

짐을 전날에서야 다 챙기는데 여행 계획은 다 세웠을 리가.

여행 루트는 크게 이동할 도시만 짜놓고 나머지는 일단 가서 부딪혀야겠다는 나이브한 생각만 해뒀다.

모든 건 알라신의 뜻대로 잘 되겠지 하면서.

그래도 환전만큼은 무서운 마음에 미리 알아봤는데

(2년 전 몽골 여행 때는 환전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함께 여행 간 한국분께 돈을 꿨었다),

국내에서는 파키스탄 루피가 환전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미국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 가서 달러를 파키스탄 루피로 바꾸라는 글들을 읽고 달러 환전을 해뒀다.

그리고 환전은 꼭 공항 2층과 짐을 찾는 곳 근처 ATM에서 할 수 있다는 꿀팁까지 캡처해뒀다.

늦은밤 환전소를 찾아헤맨 이슬라마바드 공항

그러나 여행은 언제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밤 10시쯤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려 배낭을 찾은 뒤,

공항 내에서 환전을 하려 했지만 너무나 늦은 밤에 도착해서였을까

공항 내 환전은 불가했고 나는 달랑 달러만 들고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밤은 깊었고, 한 시간 동안 공항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더운 날씨에 땀은 줄줄 흐르는데

나를 매우 낯설게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시선이 의식되었다.

그제야 내가 타지에 홀로 왔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 흔들리는 카오스 속에서 안락함이 느껴진 거야

‘일단 안전한 숙소로 가자’

11시가 넘은 밤 이슬라바마드 공항.

파키스탄 사람들 사이에 홀로 있는 나는 서둘러 호텔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객을 하던 택시 기사분들 중 달러로 받을 수 있는 기사님을 다행히 찾았다.

사실 현지 택시 어플 ‘카림’으로 봤을 때에는 이슬라마바드 공항과 숙소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10 달러 아래로는 딜을 하지 않는 기사 아저씨에게 콜을 외쳤다.

만족한 표정을 지은 아저씨가 안내한 택시는 정말 바람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구형 스즈키였고

제대로 저 녀석이 달릴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은 채 스즈키에 탔다.


택시에 탄 나는 막상 이 아저씨가 맘만 먹으면 나를 어떻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구글 맵을 켜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는지 바라보던 차,

어두운 고속도로에 하나 둘 경적을 울리며 끼어드는 요란한 색깔의 트럭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 들어 뭔가 싶었는데,

7년 전 북인도에서 봤던 형형 색색의 알록달록한 튜닝이 돋보이는 그런 트럭이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 트럭들을 보니 북인도에서 친하게 지냈던 현지 친구들과

즐겁게 여행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두려움이 탁-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본인 트럭에 애정을 듬뿍 담아 튜닝을 한 차들을 보고 나니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지’ 하고 친밀감이 느껴졌다.

눈에 들어오는 번쩍번쩍 트럭들

이어서 귓가에 빵빵 거리는 경적 소리들을 들으니 빠하르 간지가 생각나면서

다시금 넣어두었던 배낭여행 DNA가 움트기 시작했다.

얼굴을 기분 좋게 스쳐 지나가는 후덥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공항에서 움츠러들었던 마음은 금세 빳빳하게 펴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사람은 처음 본다며 파키스탄에 온 걸 환영한다는

택시 아저씨의 다정함에 파키스탄 여행이 시작되었다.


숙소에 도착한 뒤 오랜만에 마시는 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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