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다 더 가치 있는 것

영화 '소울'

by 히히

나의 최애 영화 중의 하나인 소울.


남편이 안봤다고 해서 올타꾸나~ 하고 재관람을 했다.


'소울'은 2021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조 가드너는 계약직 음악 선생님이자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그의 꿈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뮤지션이 되는 거였다.


어느 날, 조 가드너는 좋은 기회로 유명한 재즈 뮤지션과 공연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신나게 집에 가던 길에 맨홀 뚜껑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영혼의 세계로 가게된다.


영혼의 세계는 죽은 자들이 가는 세계였고, 조 가드너는 어떻게든 다시 현생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영혼 22번을 만나게 된다.


영혼 22번은 지구에 가기 싫어하는 어린 영혼인데, 수많은 멘토들이 포기한 문제아였다.


조는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22번 영혼과 거래를 한다.


(22번 영혼이 지구 배지를 완성하면, 그걸 조가 대신 써서 지구에 가겠다는 것.)


하지만 상황이 꼬이면서 실수로 지구에 함께 떨어지게 되고,


'22번 영혼'은 '조 가드너' 몸에,


'조 가드너'는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다시 영혼을 뒤바꾸려 하는 과정에서 22번 영혼은 삶에 대한 의미과 그 기쁨을 깨닫게 되고,


조 가드너도 자신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영화 '소울'을 보며 처음에는 조 가드너의 성공을 응원하게 되었다.

평생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그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영혼의 세계에 가게 된 게 너무 안타까웠다.


다행히 조는 다시 몸을 되찾고, 후반부에서 아주 멋지게 공연을 해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며 재즈 뮤지션 도로시아와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조 :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도로시아 : 내일 밤에 다시 와서 또 하는거야.

조 : .....그냥..
평생 이 순간만 기다려왔는데,
뭔가가 다를 줄 알았어요...



그 대화를 들은 순간,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꿈꾸던 것을 이뤘음에도 허전함이 남는 순간.



그 때 도로시아는 조에게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 물고기 한 마리가 나이 든 물고기에게 물었어.

"저는 바다를 찾고 있어요."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어.

"지금 네가 있는 곳이 바로 바다야."

어린 물고기는 말했지.

"이건 그냥 물인데요. 저는 진짜 바다를 찾고 있어요."



그 이야기는 나에게도 강한 울림을 주었다.

조 가드너는 '행복한 인생은 꿈을 이룬 뒤부터 시작된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는 이미 삶이라는 바다 속에서 기쁨과 의미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장면에서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그림으로 무언가 '성과'를 이루는 것이 삶의 목적처럼 느껴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는 성공에만 초점을 맞춰 살았고,


'좋아요'와 숫자에 연연하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날에는 삶의 의미도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슬럼프를 겪으며, 한동안 허무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하늘에 떠 있는 작고 가느다란 손톱달을 우연히 사진으로 찍었는데


그 사소한 순간이 이상하게도 정말 따뜻하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 이후 나는 길을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꽃과 자연을 만나며, 달을 찍기 시작했다.


성과도 없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22번 영혼이 단풍나무 씨앗 하나를 손에 쥐었던 감정처럼 말이다.



아무런 성과가 없는 하루에도 히히 웃는 달 한 조각에 즐거워하고, 길가에 핀 작은 꽃 한송이에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내가 그린 장면은 삶의 의미를 깨달은 22번에게 조 가드너가 지구 배지를 건네고,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지구를 향해 뛰어내리는 순간이다.


조는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22번 영혼을 따뜻하게 배웅한다.


조 가드너는 떨어지던 도중 다시 영혼의 세계로 돌아오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참 따뜻한 장면 : )





'소울'은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 같다.


무언가를 이루는 성취보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삶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일깨워 주는 스토리가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OST로 흐르는 재즈 음악이 정말 매력적이다!


주인공 조 가드너가 재즈 피아니스트로 등장하는 만큼,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과 배경에 깔리는 재즈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 깊고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 )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