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후. 은유를 뺀 일상은 사실.

by 영희

우리 회사의 분위기가 이렇다.


나는 복직한 지 이제 21일이 되었다.


내가 지금 하는 업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과에서 자료를 받아서 하는 일이다.

그런데 마감 기일이 너무 촉박하단 말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나에게 자료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막 묻는다.


사실 나도 상부 부서에서 시달한 정해준 틀에 따라 하는 건데

사람들이 물어보면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며 대답을 한다.


겨우 21일 됐는데

이 업무를 몇 년 한 사람처럼

마치 유능한 직원 역을 맡은 연극배우처럼.


게다가 상부부서에서는 서식을 계속 바꾸고

나는 숙지할 틈도 없이 다시 타과의 협조를 구한다.

이래도 마감전에 될까 말까이나 되게 하여야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문의를 막 받다 보니

지금 이 꼴이 너무 우스운 거다.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 조직이 있나 싶다.


지금 내 모습은 마치

이거 뭐야? 이건 왜 그래?라고 쉬지 않고 말하는 아이들 사이에 있는 엄마 같다.


엄마도 모른다. 엄마도 처음이란 말이다.


뭐 일을 하다 보면

도대체 이 일을 왜 하는지도 모르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여러 생각 말고 그냥 해야 한다. 목적을 생각하는 순간 내 모습이 쪼들린다.


남들이 이거 왜 이렇게 기한이 빠듯하냐고 도대체 이거 왜 하느냐고 할 때마다 힘이 빠지는데.


이럴 때 나를 탓하면 안 된다. 누가 내 자리에 앉아도 나만큼은 못한다. 그냥 지나가는 일이다. 하고 생각하고 하는 거다.


회사생활이라는 게 아무리 이건 쓸데없는 노동이라고 해봐도 안 들어준다. 회사의 관성은 아주 단단하다. 그리고 지금은 기한을 맞추기도 빠듯하다.


그래. 돈 벌려면 이런 것도 해야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쉽게 하도록 두지 않는다.

참 쓸데없이 열심이게 만드는 조직이다. 싶긴 하지만.


돈 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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