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발로 댕강 머리를 자른 게 작년 9월이었는데
머리카락 끝이 어깨를 치고 있는 걸 보니
그새 머리가 많이 자랐다.
파마를 할까. 머리를 자를까. 뭘 할까. 하다가
그냥 조금 더 길러보자 생각한다.
조금 더 기르면 뭘 해도 지금보다 선택지가 넓고
결과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프코트를 사고 싶은데
블랙 하프코트 입으면 깔끔해 보일 것 같고
기분도 좋아질 것 같은데.
지금 하프코트 안 사고 한 달만 견디면
봄이 올 텐데.
그러면 하프코트 안 입을 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고 싶다. 하프코트
치킨이 먹고 싶다는 아들 성화에
안 읽는 책을 박스에 담아 중고매장에 내놓고
그 돈으로 치킨을 사 먹었는데
옷장 한편에 놓인 작아진 옷들을,
내가 커져서 못 입는 옷들을 ,
수거업체에 팔아도
하프코트 사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 같은데.
하프코트를 사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그냥 사야 하나.
하지만 금세 봄이 올 텐데.
그래도 또 지구가 태양을 돌고 돌아 겨울도 올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