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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희 Jul 02. 2024

배부른 소리

비가 오는 날이다.

빗소리가 시끄러워 문을 닫았다.


저녁 반찬을 하려면 뭘 사 와야지 싶어

시장을 가려다가

빗소리가 시끄러워 그냥 누웠다.

요즘 읽고 있는 산문집을 읽다가

천천히 읽고 싶어 밀어두었다.


갑자기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굳이 찾으면 비 오는 날

집에서 해야 할 게 얼마나 많겠냐만은

예를 들면 옷장정리, 베란다 창틀청소, 냉장고청소 이런 것.


아니면 도서관에 가서

종이 신문이라도 펼칠까

커피집에 앉아 일기를 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문득

[날개]의 주인공이 생갔났다.

일제강점기의 지식인처럼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세 시간을 내리 잤다.


장마였고

벌써 7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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