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다.
빗소리가 시끄러워 문을 닫았다.
저녁 반찬을 하려면 뭘 사 와야지 싶어
시장을 가려다가
빗소리가 시끄러워 그냥 누웠다.
요즘 읽고 있는 산문집을 읽다가
천천히 읽고 싶어 밀어두었다.
갑자기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굳이 찾으면 비 오는 날
집에서 해야 할 게 얼마나 많겠냐만은
예를 들면 옷장정리, 베란다 창틀청소, 냉장고청소 이런 것.
아니면 도서관에 가서
종이 신문이라도 펼칠까
커피집에 앉아 일기를 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문득
[날개]의 주인공이 생갔났다.
일제강점기의 지식인처럼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세 시간을 내리 잤다.
장마였고
벌써 7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