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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희 Jun 30. 2024

상사가 말했다. 네가 하는 게 뭐냐?

몇 년 전 회식 때 있었던 일이다.


나는 부장님 앞에 앉게 되었는데


부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네가 하는 게 뭐냐?


우리 테이블 분위기가

살짝 썰렁해질 참이었다.


술을 한 잔 해서인가.

나는 (미쳐서) 명랑하고 경쾌하게 대답했다.

출근이요오오!!!


얼큰하게 달궈진 취기와 적절한 뉘앙스,

예상밖의 명랑한 말투에

부장님은 박장대소하며 웃으셨고

팀장님들도 ‘영희씨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나는 부장님의 질문에 명랑하게 답하며

나를 비루한 감정으로 몰아넣지 않았으며

우리 테이블이 썰렁하지 않도록 방어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

심지어 출근이라는 것이

정말 멋진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 나는

팀에서 나는 뭐 하는 사람인가.

나의 존재의미는 무언가.라고 자주 스스로 물을 만큼 조금 의기소침했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을 해냈다.


그리고 그 회식 이후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던 것 같다.


말 한마디가 이렇게 대단하다.

물론 부장님이 그 대답을 듣고서

혀를 끌끌 차지 않고 박장대소를 한 건

평소 나의 성실함도 한몫했을 거다.


앞으로도 나로서 살아가자.

성실하게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래서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명랑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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