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싶으면 학원 보낼 돈을 모아서.

by 영희

“투자전문가가 했던 말인데

아니다 싶으면

차라리

학원 보낼 돈을 모아서

종잣돈을 만들어 주는 게 차라리 남는 거래. “


마트 갔다 오는 길에 남편이 말을 건넸다.


나는 순간 기분이 조금 언짢아졌다.


내 아들에게 ‘아니다 싶으면 ‘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것도,

교육비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도.


그 말이 나쁜 말도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고

저녁.

그 썩 좋지 않았던 기분은 어이없게도 아들을 향했다.


아들의 공부 교재를 보며

나는 잔소리를 “그야말로” 퍼부었다.

딱 보아도 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부흔적.


이게 공부냐,

이렇게 시간만 때울 거면

시간낭비, 돈낭비 아니냐.

엄마가 누누이 이야기하지 않았냐

예습과 복습…


아……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이성이 내 입을 막을 때에는 이미

내 앞에는 자존심이 상한 중학생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하.

AI가 곳곳에 스며들 이 세상에서

어쩌면 중요한 건

영어 수학 예습 복습보다도

인간다움을, 사유하는 힘을 더욱 쌓아가는 것일 텐데


내가 낳았지만

내 아들은 내 소유가 아닌데

그저 성장하고 있는 한 인간인데


나는 또

목적도 없이


네 것이 안 되면 앉아있는 시간이 헛되다.

그저 성실히 해라. 정성을 좀 다해보자.

라고 ‘가스라이팅’하며


말은 그럴듯하나 가장 속물인 모습을

아들 앞에 까발리고 말았다.


너는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니?라는

그야말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면서.


아.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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