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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희 Jul 24. 2024

폭염과 미술관

찜통 속 옥수수처럼

에어컨도 고장 난 것 같은 지하철을 타고

예술의 전당에 갔다.


신문 광고에서 본

베르나르 뷔페_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를 보러.



11시에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베르나르 뷔페 문외한인 나는 백지상태에서

알짜배기 수업을 듣고 왔다.


캔버스 살 돈도 없어서 널빤지를 긁어 그림을 그리던 뷔페가 백만장자가 되고 파리의 셀럽이 되는 이야기.

파리의 셀럽이 세간의 질투와 비난을 받으며 자신의 화풍을 지킨 이야기. 인간은 바다 위의 배와 같다고 생각한 이야기. 말년에 파킨슨병과 싸우며 몇 해동안 죽음 연작을 그리고, 비닐봉지에 서명을 하고 생을 마감한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책으로도 인터넷으로도 찾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작품을 앞에 두고 설명을 들으니 작품들의 울림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AI가 일상화될 가까운 미래에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이런 예술적 경험을 넓히고

사유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뷔페의 마지막 작품을 모아놓은 캄캄한 방에

다른 관람객 없이 혼자 있게 되었는데

해골이 그려진 죽음 연작을 뒤로하고


’ 브르타뉴의 폭풍‘을 마주하며.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의 배가 바다 가운데 있다. 그 바다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가곤 했던 아련한 바다이다. 바람은 끝도 없이 불고 파도는 무섭게 일렁인다. 작은 배는 자꾸만 가라앉는다.  



그림으로 살았던 그의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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